<시악시 마음은>
비탈길 밭뚝에
삽살이 조을고
바람이 얄궂어
시악시 마음은
...................
찢어 내려라
버들 가지를.
꺾지는 말아요
비틀어 다고.
시들은 나물은
뜯거나 말거나
늬나나 나......
나나나 늬......
*백조(1922) 수록. 민요풍의 시. 생략범과 의성법을 서서 정감의 표현에 여운과압시를 주고 있다.
*주제는 봄처녀의 설레는 마음.
*클리이맥스가 되는 연은 3연."시악시 마음"(1연)은 흥겨운 봄날의 여심,2연은 설레는 마음, 3연은 여운과 암시를 주고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시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더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지요마는.......
"맨 처음으로 네가 나에게 한 말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드린 말씀은 '젖 주셔요 하는 그 소리였읍니다마는, 그것은 '으아-'하는 울음이었나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마는......
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리어 주신 어머님의 말씀인데요.
왕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올 때에는 어머님의 흘리신 피를 몸에다 휘감고 왔더랍니다.
그 말에 동네의 늙은이와 젊은이들은 모두 "무엇이냐"고 쓸데없는 물음질로 한창 바쁘게 오고갈때에도
어머님께서는 기꺼움보다도 아무 대답도 없이 속아픈 눈물만 흘리셨답니다.
벌거숭이 어린 왕 나도 어머니의 눈물을 따라서 발버둥질치며, '으라' 소리쳐 울더랍니다.
그날 밤도 이렇게 달 있는 밤인데요,
으스름 달이 무리 서고, 뒷동산에 부엉이 울음 울던 밤인데요,
어머니께서는 구슬픈 옛 이야기를 하시다가요,
일없이 한숨을 길게 쉬시며 웃으시는 듯한 얼굴을 얼른 숙이시더이다.
왕은 노상 버릇인 눈물이 나와서 그만 끝까지 섧게 울어버렸오이다. 울음의 뜻은 도무지 모르면서도요.
어머니께서 조으실 때에는 왕만 혼자 울었소이다.
어머니의 지으시는 눈물이 젖 먹는 왕의 뺨에 떨어질 때이면 왕도 따라서 시름없이 울었소이다.
열 한 살 먹던 해 오월 열 나흗 날 밤 맨 잿더미로 그림지를 보러 갔을 때인데요, 명이나 긴가 짜른가 보랴고.
왕의 동무 장난꾼 아이들이 심술스럽게 놀리더이다. 모가지 없는 그림자라고요.
왕은 소리쳐 울었소이다. 어머니께서 들으시도록 죽을까 겁이 나서요.
나뭇군의 산(山)타령을 따라가다가 건넌 산 비탈로 자나가는 상둣군의 구슬픈 노래를 처음 들었소이다.
그 길로 옹달 우물로 가자고 지름길로 들어서며는 찔레나무 가시덤불에서 처량히 우는 한 마리 파랑새를 보았소이다.
그래 철없는 어린 왕 나는 동무라 하고 좋아 가다가 돌부리에 걸리어 넘어져서 무릎을 비비며 울었소이다.
함머니 산소 앞에 꽃 삼으려 가던 날 아침에
어머니께서는 왕에게 하얀 옷을 입히시더니다.
그리고 귀밑 머리를 단단히 땋아 주시며 "오늘부터는 아무쪼록 울지 말아라."
아아 그 때부터 눈물의 왕은 -어머니 몰래 남 모르게 속 깊이 소리없이 혼자 우는 그것이 버릇이 되었소이다.
누우런 떡갈나무 우거진 산길로 허물어진 봉화(烽火) 뚝 앞으로 쫓긴 이의 노래를 부르며 어슬렁거릴 때에
바위 밑에 돌부처는 모른 체하며 감중연하고 앉더이다.
아아, 뒷동산 장군바위에서 날마다 자고 가는 뜬구름은 얼마나 많이 왕의 눈물을 싣고 갔는지요.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눈물의 왕--이 세상 어느 곳에든지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
*백조3호(1922.9) 수록.
*참을 수 없는 민족의 설움을 읊고 있다. 이 시 속의 "어머니"는 바로 시인의 조국이다.
일제의 압박 밑에서 신음하고 있는 서러운 조국의 현실을 주관적인 감상주의로 노래하였다
*주제는 참을 수 없는 민족의 설움
*산문시 경향의 자유시로서, 근대시의 활달한 시형식의 한 기틀을 마련해 준 의의 있는 작품이다.
*시왕전: 저승에 있다는,십대왕의 궁전
*감중연(坎中連): 태연히 함. 팔괘중의 감괘(坎卦)의 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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