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못 잊어..............김 소월

바보처럼1 2006. 5. 3. 00:15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몾잊어 생각이 가겠지요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모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나지요?"

 

*개벽(1923) 수록

 

 

<길>

 

어제도 하룻밤

나그네 집에

까마귀 까악까악 울며 새였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은 있어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공중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를 바라보면서, 자기의 갈 바를 알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오시는 눈>

 

땅위에 새하얗게 오시는 눈

기다리는 날에만 오시는 눈

오늘도 저 안 온 날 오시는 눈

저녁불 켤 때마다 오시는 눈.

 

*시집<진달래꽃> 수록

*작자의 고독감을 노래하고 있다.각운의 기교가 뛰어나다.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개벽(1923)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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