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몾잊어 생각이 가겠지요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모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나지요?"
*개벽(1923) 수록
<길>
어제도 하룻밤
나그네 집에
까마귀 까악까악 울며 새였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은 있어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공중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를 바라보면서, 자기의 갈 바를 알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오시는 눈>
땅위에 새하얗게 오시는 눈
기다리는 날에만 오시는 눈
오늘도 저 안 온 날 오시는 눈
저녁불 켤 때마다 오시는 눈.
*시집<진달래꽃> 수록
*작자의 고독감을 노래하고 있다.각운의 기교가 뛰어나다.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개벽(1923)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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