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나의 침실로..........................이 상화

바보처럼1 2006. 5. 8. 00:34

<나의 침실로>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아, 너도 먼 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 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 덧 첫닭이 울고-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 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 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곳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 거숨아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므나. 사원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침실, 열 이도 없으니 !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므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내 몸에 피란 피-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내 침실이 부활의 동굴임을 네가 알련만........ .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그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백조 창간호(1922.1) 수록

*백조파 시인들이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듯이, 이 시는 불행한 현실을 버리고 미지의 아름다운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

*주제는 나라 잃은 백성의 삶의 길을 더듬어 외치는 호소이다.

*감상적 낭만주의 경향의 주정시. 이 시에서 풍기는 감정은 거의 막을 수 없을 만큼 거세 감정의 분출이다. 이 시의 주제를 애국으로 본 데 대해 정 한모 교수는 "의도의 오류(intentional fallacy)"라고 비판한 바 있다.

*눈으로 유전하던 진주: 눈물.

*목거지: 향연

*그리매: 그림자.

*또한 "침실"은 달리 "부활의 동굴" "오랜 나라"로 표현 되어있다. 그 침실이 있는 곳은 "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이다. "수밀도의 네 가슴"이란 싯구는 마돈나의 관능미를 생각한 대목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의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달이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 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서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몸 신명이 집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1926.6) 수록 그러나 이 시를 보고 일제는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 강산에 봄이 온 기쁨 속에서도 주권 잃은 백성의 슬픔을 정열에 찬 리듬으로 읊었다

빼앗긴 들은 일제에게 빼앗긴 우리 국토를 가리킨다.

*주제는 나라를 빼앗긴 울분과 저항

*두 보의 시 <춘망(春望)을 연상시키는 시

 

*(가르마 같은 논길- 삼단 같은 머리털-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이)민족적 정서를 나타낸 구절들이다.

*다리를 절며: 나라를 빼앗김으로 해서 불구자가 되었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