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스크랩] 최갑수 <밀물여인숙 1>

바보처럼1 2006. 5. 30. 00:42
          밀물여인숙1

                                                  최갑수



더 춥다
1월과 2월은
언제나 저녁부터 시작되고
그 언저리
불도 들지 않는 방
외진 몸과 외진 몸 사이
하루에도 몇 번씩
높은 물이랑이 친다
참 많이도 돌아다녔어요.
집 나선지 이태째라는 참머리 계집은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며
부서진 손톱으로
달을 새긴다
장판 깊이 박히는 수많은 달
외항을 헤매이는 고동 소리가
아련하게 문턱까지 밀리고
자거라,
깨지 말고 꼭꼭 자거라
불 끄고 설움도 끄고
집도 절도 없는 마음 하나 더
단정히 머리 빗으며
이마까지 당겨 덮는다



   ---시집 <단 한 번의 사랑>(문학동네) 중에서

 

 

  : 최갑수의 시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다. 생긴 것과 달리(상상에 맡기겠음) 그의 시는 매우 섬세하고 이쁘다. "외진 몸과 외진 몸 사이/ 하루에도 몇번씩/ 높은 물이랑이 친다" 개인적으로 나도 '여인숙'이라는 단어를 담배만큼이나 좋아해서 그의 '여인숙'은 가끔 내 여인숙과 술도 마시고, 끝장난 바다도 본다. 2000년에 시집이 나왔으니, 좀 부지런히 시좀 더 써서 어서 시집 내기를. 단 한방의 시집을...

출처 : 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
글쓴이 : dall-le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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