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스크랩] 누가 살고 있기에 / 하종오

바보처럼1 2006. 5. 30. 00:47
누가 살고 있기에 / 하종오 새가 와서 잠시 무게를 부려보기도 하고 바람이 와서 오래 힘주어 흔들어보기도 한다 나무는 무슨 생각을 붙잡고 있는지 놓치는지 높은 가지 끝 잎사귀들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 잎이 다 시드는 동안 나무는 가슴을 수없이 잃고 찾고 했나보다 그의 둘레가 식었다가 따스해졌다가 반복하는데 내가 왜 이리도 떨릴까 아직 가까이하지 않은 누군가의 체온 같기도 하고 곁으로 빨리 오지 못하는 누군가의 체온 같기도 한 온기가 나를 감싼다 그의 속에는 누가 살고 있기에 외롭고 쓸쓸하고 한없이 높은 가지 끝에 잎사귀들 얼른 떨어뜨리지 못하도록 그의 생각을 끊어놓고 이어놓고 하는 걸까 나무가 숨가쁜 한 가슴을 꼬옥 꼭 품는지, 나도 덩달아 가슴이 달떠지는 것이어서 내 몸속에도 누가 살고 있기는 있는 것이다 가만히 서서 나무를 바라보는데도 나는 무슨 생각을 그리움처럼 놓쳤다가 붙잡았다가 하고 여전히 그는 잎사귀들 떨어뜨리지 않고 있다 새가 부려두고 간 무게를 견뎌야 생각이 맑아지는지 바람이 흔들어대던 힘을 견뎌야 생각이 맑아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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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시와 글벗
    글쓴이 : 양 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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