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애가(哀歌)......잠

바보처럼1 2007. 4. 21. 20:08

<애 가(哀歌)>

         Elegy

 

ㅡ"내 사랑아, 너는 말했다.

ㅡ"내 사랑아, 나는 대답했다.

     ㅡ"눈이 온다" 너는 말했다.

     ㅡ"눈이 온다" 나는 대답했다.

ㅡ"좀더, 좀더" 너는 말했다.

ㅡ"좀더, 좀더" 나는 대답했다.

     ㅡ"이렇게, 이렇게" 너는 말했다.

     ㅡ"이렇게, 이렇게" 나는 대댭했다.

그리고 나서 너는 말했다.

ㅡ"난 네가 참 좋아."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ㅡ"난 네가 더 좋아."

ㅡ"여름은 갔어" 너는 말했다.

ㅡ"가을이 왔어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들의 말은

    처음처럼 비슷하진 않았다.

마지막 너는 말했다.

ㅡ"내 사랑, 네가 좋아"

    맑고 드높은 가을날의

    눈부신 저녁 노을빛을 받으며

나는 말했다.

ㅡ"다시 한 번 말해봐...더..."

 

 

<내 마음 속의 모든 슬픔을>

      Sorrows in My Heart

 

내 마음 속 모든 슬픔을

네가 알 수 있다면

병들어 가여운

어느 어머니의 눈물에

그걸 견주어 보라.

지치고 쓸쓸한, 일그러지고 창백한

얼굴을 한 어느 어머니

앞에 와 있는 죽음을 감지하며

막내 놈에게 주려고

번쩍거리는 싸구려 장난감을

그 앞에 풀어보이는 그런

가여운 어머니의 눈물에.

 

 

<고통을 사랑하기 위한 기도>

      Prayer to Love Pain

 

내게는 지금 고통만이 있을 뿐

다른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고통은 나를 잘 섬겼으며 지금도 잘 섬긴다.

어찌하여 나는 고통을 원망했던가?

영혼이 내 가슴 속을 짓이겨 놓았을 때

내 곁에 있어주던 것은 오직 너 뿐이었는데ㅡ

오, 고통, 나는 너를 드디어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은 너 뿐임을 믿기에.

나는 그것을 믿는다. 그래 너는 예쁘다.

너는 가련하고 침울한 내 마음의

희미한 불 곁에서 떠난 적이 없는 이들을 닮았다.

오, 나의 고통, 너는 내 애인 내 이상이다.

내 꺼져가는 마지막 순간에도

넌 내 가슴 깊이 스며들기 위해

나와 더불어 병상에 있어줄 것을 나는 알기에.

 

 

<소 녀>

      A Girl

 

소녀는 얼굴이 희다.

넓은 소매 속의

손목엔 파란 혈관이

      보인다.

 

소녀가 왜 웃는지

알 수 없건만

이따끔 소리 높여 외치는

      소리 맑기도 해라.

 

소녀는 알고 있을까?

길가의 꽃 꺾으며

그대 마음

     꺾는 것을ㅡ.

 

어쩌다간 소녀도

세상을 아는 듯

이따끔씩 소녀는

      가만히 속삭이네.

 

 

<글쎄, 얘! 참...

저... 화요일에...

그 사람 만났다구! ... 우스워서...>

소녀는 이렇게 말했네.

 

그러나 한 젊은이 가슴 태우면

소녀는 말이 없고

웃음도 잃네

      너무 놀라서.

 

오솔길에서

고사리와

가시 돋힌 히이드꽃

      한 아름 안고.

 

소년는 날씬하고 살결도 희다.

부드러움 두 팔에

쭉 뻗은 몸매, 고개만이

      갸웃둥.

 

 

<순박한 아내를 갖기 위한 기도>

     Prayer for Wife, Simple and Honest by Nature

 

주여, 내 아내감이 될 여인은

겸손하고 온화하며, 정다운 친구가 될 사람으로 해 주소서.

우리 잠잘 때에는 서로 손 맞잡고 잠들도록 해 주소서.

메달이 달린 은 목걸이를 그녀 가슴 사이에

보일듯 말듯 목에 걸도록 해 주소서.

그녀의 살갗은 늦여름, 조는듯한 자두보다

한결 매끄럽고 상냥하며 보다 더한 금빛으로 빛나게 해 주소서.

그녀의마음 속에는 부드러운 순결이 간직되어

서로 포옹하며 말없이 미소짓도록 해 주소서.

그녀는 튼튼하여 꿀벌이 잠자는 꽃을 돌보듯

내 영혼을 돌보도록 해 주소서.

그리하여 내 죽는 날 그녀는 내 눈을 감기고

내 침대를 움켜 잡고

흐느낌에 가슴 메이게 하며

무릎을 꿇는 그 밖의 어떤 기도도

내게 주지 않도록 해 주소서.

 

 

*잠(Franeis Jamme, 1868-1938): 프랑스의 시인. 카톨릭시인으로 난삽성을 피하고 자연과 종교적 감정에 찬 애정으로 노래한 시를 많이 써 많은 사람들에게 애송을 받는다. 시집<새벽 종부터 저녁 종까지><생의 승리><그리스도 농경시><사행(四行)시집>등 외도 산문시,회상록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