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치는 물가에서>
At the Rolling Shore
오늘도 나는 물결치는 물가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읍니다.
물가에 밀려온 흰 거품이
당신의 발까지 다가 옵니다.
당신은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여러 가지 글씨와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리신
글씨와 그림은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 장난에 딴 생각은 전혀 잊고 계십니다.
어디까지 가도 끝이 없는 무한(無限)과 희롱하시며.
파도가 밀려 오면 그리셨던
별이며 동그라미도 모두 사라집니다.
파도가 밀려 가면 당신을 또
똑같은 일을 계속 하십니다.
당신은 웃으시며 나를 돌아 보셨지만
내 가슴에 솟고 있는 슬픔은 모르고 계십니다.
그럴 것이, 제일 아름다운 파도가 물가로 밀려와서
당신의 발자국을 꺼져버리게 하였으니까요.
<밤중의 발자국>
Trail in the Night
밤중에 죽은 사람의
도망하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가?
영원히 평화 깃들인 곳은
그들의 안식처가 아니라 한다.
십자가처럼 또는 고난처럼
뜰에는 백합이 부러져 누웠고
길은 절벽으로 뻗어
물은 두 갈래로 찢어졌는데
들판엔 불이 번쩍이고
피를 달라고 아우성 치며 문을 두드린다.
목을 마구 잡아당긴다.
가슴은 비탄에 산산이 뜯기운다.
이들은 모두 이렇게 보내어진다.
아! 언제나 끝이 내리려는가.
*카슈니츠(Mane Lusse Kaschniz, 1901- ):현대 독일의 여류 시인.전통을 의식한 형식으로 삶의 불안, 죽음의 예감 등을 정착시킨 시풍을 지녔다.<죽음의 무도><미래의 음악>등 시집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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