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물결치는 물가에서.........카슈니츠

바보처럼1 2007. 4. 23. 20:38

<물결치는 물가에서>

       At the Rolling Shore

 

오늘도 나는 물결치는 물가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읍니다.

물가에 밀려온 흰 거품이

당신의 발까지 다가 옵니다.

당신은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여러 가지 글씨와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리신

글씨와 그림은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 장난에 딴 생각은 전혀 잊고 계십니다.

어디까지 가도 끝이 없는 무한(無限)과 희롱하시며.

파도가 밀려 오면 그리셨던

별이며 동그라미도 모두 사라집니다.

파도가 밀려 가면 당신을 또

똑같은 일을 계속 하십니다.

 

당신은 웃으시며 나를 돌아 보셨지만

내 가슴에 솟고 있는 슬픔은 모르고 계십니다.

그럴 것이, 제일 아름다운 파도가 물가로 밀려와서

당신의 발자국을 꺼져버리게 하였으니까요. 

 

 

<밤중의 발자국>

       Trail in the Night

 

밤중에 죽은 사람의

도망하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가?

 

영원히 평화 깃들인 곳은

그들의 안식처가 아니라 한다.

 

십자가처럼 또는 고난처럼

뜰에는 백합이 부러져 누웠고

 

길은 절벽으로 뻗어

물은 두 갈래로 찢어졌는데

 

들판엔 불이 번쩍이고

피를 달라고 아우성 치며 문을 두드린다.

 

목을 마구 잡아당긴다.

가슴은 비탄에 산산이 뜯기운다.

 

이들은 모두 이렇게 보내어진다.

아! 언제나 끝이 내리려는가.

 

 

*카슈니츠(Mane Lusse Kaschniz, 1901- ):현대 독일의 여류 시인.전통을 의식한 형식으로 삶의 불안, 죽음의 예감 등을 정착시킨 시풍을 지녔다.<죽음의 무도><미래의 음악>등 시집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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