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꽃다발..............프레베르

바보처럼1 2007. 4. 23. 20:13

<꽃다발>

      Bouquet

 

거기서 무얼 하셔요 작은 아씨여

갓 꺾은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셔요 처녀여

시들은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셔요 고운 여인이여

떨어지는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셔요 늙은 여자여

시들어가는 꽃을 들고.

 

나는 정복자를 기다리고 있읍니다.

 

 

<밤의 파리>

      Paris at Night

 

세 개의 성냥불이 하나씩 밤을 켠다.

   첫번째는 네 얼굴을 보기 위해.

     두번째는 네 눈을 보기 위해.

   마지막 것은 네 입을 보기 위해.

그 다음의 캄캄한 암흑은

   내 너를 껴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

 

 

<마른 잎 (고엽)>

       The Dried Leaves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했던 나날을

그때 태양은 훨씬 더 뜨거웠고

인생은 보다 더 아름답기만 했었지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나는 그 나날들을 잊을 수 없어...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온갖 추억도 또 온갖 뉘우침도 함께

북풍은 그 모든 것을 싣고 가느니

망각의 춥고 추운 밤 저편으로

그 모든 것을 나는 잊을 수 없었다.

네가 부른 그 노래소리

그건 우리 마음 그대로의 노래였고

넌 나를 사랑했고 난 너를 사랑했고

우리 둘은 항상 함께 살았다.

그러나 인생은 남몰래 소리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떼어 놓는다.

그리고 헤어지는 연인들이 모래에 남긴

발자취를 물결은 지운다.

 

 

<열등생>

       The Inferiority

 

머리로는 그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그렇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는 그렇다고 말한다

선생에게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일어선다

질문이 쏟아진다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제기된다

갑자기 그는 미친듯이 웃는다

그리고 모조리 지워 버린다

숫자와 단어도

날자와 이름도

문장들과 함정들을

그리고 선생의 위협에도

신동(神童)들의 야유에도 아랑곳 않고

온갖 색갈의 분필로

불행의 흑판 위에

그는 행복의 얼굴을 그린다.

 

 

<공 원>

       The Park

 

우주 속의 별

지구 속의

파리

파리의 몽쑤리 공원에서

겨울 햇빛 속 어느 아침

네가 내게 입맞춘

내가 네게 입맞춘

그 영원한 한 순간을

다 말하려면

모자라리라

수 백만년 또 수 백만년도.

 

 

<내 사랑 너를 위해>

        My Love, for You

 

나는 새(鳥) 시장으로 갔다

   거기서 새를 샀다.

     내 사랑

   너를 위해.

 

나는 꽃 시장으로 갔다

   거기서 꽃을 샀다.

     내 사랑

   너를 위해.

 

나는 고철(古鐵) 시장으로 갔다

   거기서 사슬을 샀다

     무거운 사슬을

     내 사랑

   너를 위해.

 

그리고 나서 노예 시장으로 갔다

   거기서 너를 찾았다

   그러나 너는 없었다

     내 사랑.

 

 

*프레베르(Jacques Prevert, 1900- ):현대 프랑스 시인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시시인으로 영화,tv등의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유명하다.샹송<고엽>은 그의 작품.시집<피롤><구경거리><비와 청명(淸明)><이야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