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것

별개의 브랜드'세컨드 와인'

바보처럼1 2007. 4. 27. 14:44

[김석의 Let’s Wine] 별개의 브랜드 ‘세컨드 와인’

실용적인 와인, 크뤼 부르주아

100여년이란 세월은 환경적인 조건이나 생산방식에 있어 많은 변화를 가져올 법도 한데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 분류의 ‘고집스러운 전통’은 흔들리지 않는다. 최상 등급인 그랑크뤼 와인들에 필적할 만한 와인이 만들어져도 여전히 그 등급에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보르도의 444개 포도원들은 1932년부터 경쟁을 통해 크뤼 부르주아라는 등급으로 재편성하는 등 와인의 품질을 꾸준히 관리해 오고 있다.

이들 와인은 그랑크뤼 바로 아래 등급을 의미하지만 실제로는 그랑크뤼보다 더 뛰어난 품질을 갖고 있는 것들도 많다. 즉 명성이나 가격에 비해 품질이 훌륭하다는 것. 이런 면이 실용적인 와인을 찾고자 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샤토 샤스 스플린, 샤토 시트랑, 샤토 브리에, 샤토 베르나도트 등은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샤토 샤스 스플린(사진 위)’은 ‘슬픔을 떨쳐버린다’는 뜻으로 프랑스의 유명 시인이자 작가인 보들레르가 이 와인을 마신 후 우울함에서 탈출했다고 하여 이 샤또에 헌정한 이름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세계적인 권위의 와인 전문가 로버트 파커는 이 와인을 두고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그랑크뤼 등급에 필적할 만한 우수한 퀄리티를 지닌 와인이다.”고 평가했으며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꼭 마셔봐야 하는’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보르도 와인의 블렌딩

흔히들 와인은 한 종류의 포도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신세계 와인들은 그들의 특성을 살려 단일 품종의 포도로 많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특히 보르도 와인은 그 자체가 블렌딩의 예술이라 할 만큼 다양한 품종, 최고의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철저한 품질 관리를 위해 블렌딩 과정에서도 와인을 여러번 선택하며, 이 중 최고의 맛을 지닌 와인들을 출시한다. 최상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마다의 엄격한 기준에 따른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포도의 수확량이나 포도의 품질 등이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그러한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이에 샤토에서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성격이 다른 와인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품질의 차이를 인정해 별개의 브랜드, 즉 ‘세컨드 와인’의 라벨을 달게 된다. 이미 널리 알려진 그랑크뤼 클라세의 세컨드 와인으로는 샤토 뒤포르 비방의 ‘비방’과 샤토 그뤼오 라로즈의 ‘라로즈 드 그뤼오(아래)’ 등이 있다.

크뤼 부르주아의 세컨드 와인으로는 ‘오라토리에 드 샤스 스플린’,‘레오드 브리에’,‘물랭드 시트랑’ 등이 훌륭한 세컨드 와인으로 손꼽힌다.

한국주류수입협회 부회장 (금양인터내셔널 전무)

기사일자 : 2007-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