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것

'파란 수녀님'한병 주세요

바보처럼1 2007. 4. 23. 10:16

[김석의 Let’s wine] ‘파란 수녀님’ 한병 주세요

와인 애호가들은 흔히 와인을 친한 친구나 애인으로 표현한다.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존재로, 혹은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로 여긴다. 심지어는 몇십년에 걸쳐 쌓인 정(情)이 가득한 ‘마누라’라는 구수한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와인을 자제해야겠다는 표현으로 ‘애인과 한동안 헤어져 있기로 했습니다.’라는 말도 한다. 이런 애칭은 친한 친구에게 특유의 별명으로 친근함을 표시하듯, 와인이 사람들에게 친한 친구처럼 더욱더 가깝게 다가간 계기가 되기도 한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그들의 암호처럼 통용되는 애칭들이 있다.

호주 최고의 와이너리인 린드만(Lindman)의 ‘빈 65’는 레몬 컬러의 빛깔로 ‘병속의 햇살’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햇살만큼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컬러가 국내 와인 애호가들을 자극한 모양이다. 또 ‘블루넌 화이트’는 파란 와인 보틀의 컬러만큼이나 맛 또한 청량해 인기가 많은 와인으로 손꼽히는데, 이 블루넌은 ‘파란수녀님’으로 통한다. 이탈리아 명품 와인으로 손꼽히는 루피노의 ‘리제르바 듀칼레’는 ‘귀족의 와인’이라 불린다.

재미있는 것은 와인을 너무 좋아하는 이탈리아의 한 귀족이 맛있는 와인을 찾아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던 중 오스타 밸리의 ‘루피노’란 와인 저장고에서 맛본 와인에 반해 몇몇 와인을 통째로 사버렸다. 그 후 선택된 와인의 통에 ‘리제르바 듀칼레(공작의 소유)’라고 써놓은 에피소드에서 애칭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늘은 어떤 이름이라도 좋다. 당신을 매료시킨 와인과 소통하기 위해, 정을 나누기 위해, 와인의 애칭으로 불러보자.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사랑하는 연인처럼 허전한 당신의 마음을 채워줄지도 모를 일이다.

김석씨는 현재 한국주류수입협회 와인총괄 부회장이며 와인을 수입하는 금양인터내셔널 상무이다.

기사일자 : 200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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