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영양제 ‘토비콤’으로 유명한 안국약품은 인재경영과 과학경영이 체질화한 기업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안국약품은 각종 단체와 협회가 주는 인재경영 관련 상을 독차지하며 ‘인재를 소중히 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대내외에 알려왔다. 이는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어진 사장의 경영철학과 독서를 사업에 접목하려는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다.
어 사장은 1998년부터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안국약품의 선장이다. 외환위기 이후 부친에게서 경영권을 넘겨받아 회사를 안정성장이라는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지식만이 기업체와 국가를 든든하게 만든다는 일념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제품을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우수 인재를 확보했느냐는 점이 회사 경영에서는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의 하드웨어가 뛰어나더라도 미래의 생존 여부는 결국 지식에 달렸고 그 원천은 결국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그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평가보상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어 사장은 그러한 우수 인력은 전문적인 지식의 습득을 통해 이뤄지며 책도 그 중요 도구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책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길잡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든 작든 회사를 경영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과제가 계속 발생하므로 평상시 꾸준히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접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간접 경험을 통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좀 더 빨리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지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그가 CEO로서 추천하는 책도 다양하다. 먼저 경영자로서 자신을 다시 한번 단련할 수 있는 책을 즐겨 찾는다. 어 사장은 현재보다 강한 자아 만들기를 권한 ‘파이팅 파브’(흐름 출판)를 의미 깊게 읽었다. “‘새로 배에서 내린(Fresh Off the Boat)’이라는 뜻을 지닌 파브(FOB)는 신대륙 항해에 나선 이들이 마침내 뭍으로 내렸을 때의 상태입니다.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모험정신으로 가득 찬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깨달은 것이 많았지요.” 어 사장은 또 국제경쟁 환경에서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하는 ‘지식 점프’(삼성경제연구소)를 책상 위에 놓고 업무를 본다. “1970∼80년대 막강했던 한국의 섬유산업이 지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데 비해 고유지식을 유지하여 아직도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있는 이탈리아의 예를 비교하면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됩니다. 지식 점프에 성공한 기업들만이 살아 남는다는 메시지를 통해서 많은 자극을 얻곤 하지요.” ‘우체부 프레드’(랜덤하우스 중앙)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김영사)도 그가 기업 경영자로서 추천하는 책이다. 그가 추천하는 책들은 2004년 3월부터 기수별로 5개월 과정으로 운영되는 회사 내 ‘독서모임’에서도 적극 활용된다. 이 모임은 독서에 관심이 있는 사원들이 팀을 구성해 만든 조직으로, 회원들이 책을 고르고 함께 읽는다. 개인별로 책의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관련 내용에 대해 논의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부서와 회사에 토의 내용을 적용해 회사의 개선책 강구에도 도움을 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용되는 2기 모임 회원 11명이 선정해 읽은 책이 이들 책이었다. 회원들은 주로 경영과 사회 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있다. 독서를 적극 권장하는 회사 분위기 덕택에 사장과 사원들이 책을 가지고 토론하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매월 셋째주 목요일에 선정된 책의 내용을 토론하고 발표자가 의견을 개진할 때 어 사장은 사원들의 토론 내용을 경청한다. 그간의 독서 모임을 통해 직원들이 최고의 저자로 꼽은 이는 케네스 블랜차드이다. 어 사장은 이를 변화의 화두와 관련해 설명한다. “우리는 변화라는 화두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 변화가 때로는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도 하지만, 때로는 보다 안전한 삶을 위한 이정표가 되기도 합니다. 변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변화의 기미를 즐기도록 한 그의 인식이 사원들의 적극적 사고 함양에 도움을 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책은 업무 지시에도 활용된다. 사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책을 통해 간접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지난해 회의 도중 회사 간부들에게 ‘지식 점프’를 선물로 줘 자신이 최근 관심 갖는 과제를 간접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그냥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는 시간이 있다면 같이 책을 보면서 설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책으로 업무 지시를 대신하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습니다.” 책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자신만이 아니라 직원들도 공감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는 부친 어준선 전 사장에게서 물려받은 가르침이다. “아버님이 책을 주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것은 선물이기도 했지만 일종의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혼란스러워할 때 책 ‘목표에 집중하라’(흐름 출판)를 선물로 주시더군요. 그때 느낀 것이지요. 책이야말로 지식산업의 총합이면서도 가장 유효한 지시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도 뭔가 이야기하거나 지시할 것이 있으면 관련 책을 사서 선물합니다. 그 문제가 분초를 다투는 시급한 일이 아닐 경우에는 효과가 더욱 있지요.” 그가 매주 참여하는 산업정책연구원의 독서포럼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조동성 연구원 이사장이 ‘내일은 인도다’(인도 코리아 센터)라는 책을 선물로 주시더군요.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을 때 그 책을 선물로 받은 것이지요. 많은 도움이 된 것은 물론입니다.” 기업 경영자로서 경제·경영 관련 서적은 늘 가까이 두고 있지만 고전과 인문교양서에 대한 갈증은 심한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 책들은 전문가와 서평 담당 기자의 추천을 활용하는 편이다. 어 사장은 최근 업무 틈틈이 자동차 안과 집에서 ‘전신 조훈현’(청년사)을 읽고 있다. 조훈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바둑이 기업경영과 매우 밀접하다는 것에 놀라곤 했다. “재기가 특히 어려운 분야가 바둑계라고 합니다. 체력이 떨어지고 한번 왕좌를 내주고 나면 다시 복귀하기가 어려운 것이 바둑계라고 하더군요. 그러한 의미에서 실패를 경험한 조훈현 기성이야말로 바둑계의 진정한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에도 부침이 있습니다. 기업도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데, 그 회사를 운영하는 CEO는 바둑판의 쓴맛 단맛을 다 본 조훈현 기성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 사장은 기회가 되면 제약업계의 경험을 주위 사람들과 나눠 볼 생각이다. “책은 언젠가는 꼭 한 번 써보고 싶은 대상입니다. 제 작은 경험을 전파하고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어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글 박종현, 사진 김주성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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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1 (화) 16: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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