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책꽂이

(7)송 자 대교 회장

바보처럼1 2007. 7. 24. 12:33
【CEO 책꽃이】⑦ 송자 대교 회장
[CEO 책꽃이]⑦ 송자 대교 회장
대학사회에 경영마인드 최초로 도입
"결정의 순간 가장 든든한 조언자는 책"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은 책은 남달리 키가 큰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책을 다가오는 세대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 높여 외치는 유일한 사람으로 비유했다. 그런가 하면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가장 훌륭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며 독서유용론을 설파했다. 인생 전반에 걸쳐 독서가 중요하지만 젊은 날의 책읽기는 더욱 중요할 것이다.

한국의 초등·중등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명가 ‘대교’의 꿈은 인재 양성의 질적·양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초중등 학생 300만명을 회원으로 둔 대교는 한국 학습지 시장의 절대 강자다. 1976년 창립된 대교는 이후 29년간 ‘눈높이 학습’ 시스템을 정착시키며 세계시장의 선두인 일본의 구몬을 따라잡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교를 이끄는 이는 연세대 총장을 지낸 송자 회장이다. 송 회장은 또 2003년 1월 한국사이버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한 이래 ‘사회가 곧 교실’이라는 화두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연대와 명지대 총장을 역임한 뒤 교육부 장관을 지낸 그가 교육전문 기업체로 발길을 옮기는 과정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대교그룹의 창업자인 강영중 대교 이사장이 일곱 번이나 간청한 후에 송 회장은 대교에 둥지를 틀었다. 교육계에 있던 사람이 기업으로 가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는 국민 정서상 수차례 고사했지만, 지금은 명실상부한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굳혔다.

지금도 송 회장은 기업경영자로서보다는 대학총장으로 불리는 때가 더 많다. 그러나 사실 그에게 총장과 회장은 큰 차이가 없다. 대학총장 시절 송 회장은 어느 대기업 경영자 못지않은 철학을 가지고 대학을 운영했다.

그는 변화하지 않은 조직으로 유명한 대학을 운영하기란 기업체를 운영하는 것보다 힘들다고 여긴다. “기업체는 사안에 대한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됩니다. 회사가 수지를 맞추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으므로 위험도가 높습니다. 이에 비하면 대학은 위험 부담이 매우 작지요. 현실에 안주하게 되면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지금도 대학 사회나 언론은 송 회장을 한국 대학사회에 경영 마인드를 도입한 최초의 총장으로 기억하고 있다. 총장 시절 ‘마당발’인 장점을 살려 대학발전기금 1500억원을 유치해 다른 대학교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총장직을 그만두고 1996년도에 펴낸 ‘21세기 대학 경영’은 대학의 존재 가치와 위기를 논하며 대학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교육기업 ‘대교호의 선장’으로서 송 회장의 목표는 명확하다. “전자업계에서 소니를 누른 삼성은 이제 세계적인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대교도 구몬을 눌러 세계 최고의 교육 서비스 업체가 될 것입니다.” 대교는 세계 일등 교육 서비스 업체 등극을 위해 1991년부터 대교문화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과 독서교육, 공부방 제공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희를 앞두고도 항상 꿈을 꾸는 송 회장에게 인생 최고의 책은 단연 ‘성서’다. 그에게 성서는 삶의 지혜와 이정표를 세우는 데 주춧돌 역할을 했다. 결정을 해야 할 시기에, 어려운 환경에 봉착했을 때 성서는 든든한 지침서이자 후원자였다.

성서의 지혜를 담은 책들도 그 연장선상에서 자주 찾는다. 미국 수정교회 로버트 슐러 목사가 지은 ‘고통의 시간은 결코 지속되지 않는다(Tough times never last, But tough people do)’는 그에게 여유로운 삶을 가능하게 한 책이다. “살다 보면 즐거운 날보다 고통의 날들이 더 많은 법입니다. 성서는 우리에게 사랑하는 법은 물론 참는 법과 적극적인 사고방식도 가르칩니다.”

성서 다음으로 그의 손길을 자주 타는 책이 ‘논어’다. 성서가 사랑의 마음을 심어주었다면 논어는 지혜의 화수분 역할을 해 왔다. 그는 ‘인류사의 모든 지혜는 성서와 논어에 있다’고 확신한다. 성서와 논어를 포함해 책은 인생의 고비 때마다 희망과 발전의 계기를 제공했다. “초등학교 동창생 중 대전 시내 중학교에 진학한 3명 중 한 명으로 촌티를 벗은 후 촌놈이란 자각 속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동시에 간직했습니다.

이광수의 ‘흙’과 플루타크의 ‘영웅전’을 읽으면서 책을 항상 가깝게 접했지요. 특히 소설은 잘 읽는 편이 아니지만 역사적 경험에서 현실을 반영한 신문의 연재소설은 굳이 찾아서 읽어 왔습니다.”

역사 소설 중에서 그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최인호의 ‘상도’(여백미디어)와 ‘해신’(열림원)이다. 경제인의 중요성을 역사를 통해 설명한 때문이다. “두 소설은 장사가 이익을 얻기보다는 사람을 얻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을 얻는 과정에는 단순히 양만을 계산한 것이 아니라 품질도 생각한 것입니다. 가령 오늘날 세계화를 논하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지만, 장보고 장군은 이미 천년 전에 세계를 대상으로 민족의 이상을 떨쳐 보인 인물입니다. 젊은이들이 이런 소설을 읽고 ‘큰 생각’을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책에서도 무한한 상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경영학도인 그에게 경제경영서는 어떤 의미일까. “학교 현장을 벗어난 뒤에는 경영서적을 읽을 기회를 좀처럼 갖지 못했어요. 오히려 현실과 접목된 경제 실용서를 더 찾게 됩니다. ” 그는 여전히 회계학과 경영학 전문잡지를 구독하고 있다. 전공 분야의 최신 흐름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경영학 역시 현실과 봉사의 정신이 접목돼야 한다. 성서를 최고의 책으로 여기는 송 회장이 ‘섬기는 리더’(넥서스)와 ‘섬기는 리더 예수’(21세기북스)를 높이 평가하는 것도 두 책이 현실 속에서 성서의 정신을 살렸기 때문이다. “21세기의 경영학은 고객을 ‘작은 예수’로 여겨 섬긴다는 주제와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 섬기는 대가는 보통 이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예수를 섬기듯 고객을 섬기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그의 서가에는 ‘피터 드러커 100년의 철학’과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 등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 피터 드러커와 잭 웰치의 각종 저서가 쌓여 있다. 이들 책은 미국에 있는 맏딸에게 부탁해 원서 형태로 구입한다.

송 회장은 읽은 책을 현실에서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좋은 책은 두 번에 걸쳐 만들어집니다. 한번은 저자가, 또 한번은 독자가 만듭니다.

책의 내용을 읽고 밑줄을 긋고 주요 내용을 적어서 그것을 활용하면 다시 한번 좋은 책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굳이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유익한 책의 반은 독자가 만드는 것이라고 여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본업이 선생’인 그가 강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요즘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외부에서 강연하는 ‘영원한 현역’이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에 밑줄을 긋게 됩니다. 책이야말로 묵직한 의사소통의 모든 것입니다.”

글 박종현, 사진 이종렬 기자 bali@segye.co.kr

그는 누구인가

세일즈 총장으로 유명한 송자 회장은 ‘회장’보다는 ‘교수’나 ‘총장’이라고 불리길 좋아하는 소탈한 CEO다.

송 회장은 창업주들이 대부분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이 자리를 굳힌 한국 경제계 현실에서 오히려 창업주에게서 배우라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위험을 감수하는 역동적인 CEO가 될 것을 주문한다. 적극적인 정신과 함께 21세기형 경영자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객과 종업원, 지역사회, 투자자를 섬기는 ‘섬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가는 여전히 그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상지대와 서경대 총장이 그의 대학 시절 경영 노하우를 묻기도 했다. 그에게 이런 인상이 남아 있는 것은 ‘관계를 통한 리더십 형성’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서 얻는 지식을 활용하는 송 회장은 적극적인 사고를 그의 생활신조 1호로 삼고 있다. “영어로 ‘불가능하다(impossible)’라는 뜻의 단어는 문법에 어긋나더라도 ‘나는 가능하다(I am possible)’라는 전혀 다른 뜻의 문장을 만들기도 합니다. ”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