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책꽂이]서울문화재단 유인촌 | ||
<21>서울문화재단 유인촌 대표이사 "삶을 성찰할수 있는 책 즐겨읽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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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를 경영한다
지난 5월 18일은 문화인 유인촌이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로부터 500억원의 기금을 출연받아 설립됐다. 서울 시민과 예술가에게 다각적인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문화예술법인이다. 예술단체 지원, 문화가꿈 프로젝트, 문화기부운동 등이 중점 사업이다.
유 대표는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에 색깔을 입히는 일을 한다”면서 “문화예술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정리한 것이 지난 1년 동안 재단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스스로 예술인이면서 다른 예술인을 설득해야 하고, 공무원과 여러 단체, 시민까지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좀 더 답답해졌습니다. 직접 내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나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지금은 전체를 봐야 하니까요.”
기초예술을 살리는 일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은 돈이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사회 지도자들이 그런 경험을 갖고 일을 해야 문화도시, 문화국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해 9월부터 ‘찾아가는 책 읽는 서울’이란 행사를 시작했다. 그는 부대행사로 매월 26일 열리는 낭독 프로그램에서 초대 손님과 함께 공공기관을 찾아가 책을 읽어준다. “그 자리에 모이는 사람이 몇 명이든 관계없습니다.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이런 행사를 꾸준히 여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우리가 이런 것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당장 책을 읽지는 않겠지만 몇 년 계속하면 성과가 있을 겁니다.”
언젠가는 학교나 직장의 책 읽는 동아리를 모으는 일도 할 참이다. 재단은 기획이 좋은 책을 선정해 500권을 구매하는 출판지원사업도 시작했다. 첫 책 ‘한국 디자인 100년사’(안그라픽스), ‘600년 도읍의 정궁―경복궁 근정전 해체·복원기’가 올해 중 출간된다.
# 책을 통해 나를 성찰한다
유 대표는 연극을 하는 예술인이다 보니 진지하게 삶과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작품을 즐겨 읽는다. 좋아하는 작품은 대본 외우듯 줄줄 외운다. 그는 톨스토이를 좋아한다. ‘홀스또메르’ ‘안나 카레니나’ ‘부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을 꼽을 수 있다. 늙은 말이 되어 인생을 성찰하는 ‘홀스또메르’는 꾸준히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톨스토이 작품은 재미는 없지만 내용이 교육적이에요.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그가 젊었을 적 연기를 하는 데 힘이 됐던 책이다. 책 속의 구절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웠으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 했다”는 그가 되뇌는 말이다. 어릴 적 좋아했던 ‘어린 왕자’는 요즘도 가끔 펼쳐든다. 어린 그에게 이 책은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 보이는 세상’을 일깨워줬다. 유년 시절 읽었던 황순원의 ‘소나기’. 알퐁스 도데의 ‘별’,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청소년용 연극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그에게 한숨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도 있다. ‘단순하게 살아라’는 “늘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 특히 서울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재단 직원에게서 선물 받은 ‘정현종 시선’도 가끔 펴 보는 책이다. 시인의 친필 시를 묶은 책은 문득문득 펴 읽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책문’이다. “내가 워낙 역사를 좋아해요. 다큐멘터리 ‘역사스페셜’을 6∼7년씩 했던 것도 사명감 때문이었죠.” 그 사명감에 몇 년 전 CD로 나온 ‘조선왕조실록’을 수백만원 주고 구매하기도 했다.
경제·경영서는 서울문화재단을 맡으며 접하게 됐다. 문화도시 10년을 구상하면서 ‘2010년 트렌드’를 읽었고, ‘존경받는 부자들’을 읽으며 기부문화에 대해 고민했다. 창조적 발상을 다룬 ‘지식의 최전선’과 ‘월경하는 지식의 모험자들’도 인상 깊게 읽은 책이다.
# 연극으로 돌아간다
유인촌 대표를 말할 때 연극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TV에서 활동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무대에 서왔다. 1995년 극단 유를 창단했고, 99년부터 300석 규모의 소극장 유시어터를 운영하고 있다. 손님을 끌어와서 수지타산을 맞춰야 하는 게 경영이지만, 돈을 벌자고 시작한 연극이 아니었다. 작품을 올렸는데도 관객이 안 들면 수억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그는 “공연은 하는데 손님은 많이 안 들고 내 발등을 찍고 있다”면서도 연극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올 12월 무대에 올릴 ‘햄릿’에서는 모처럼 연출을 맡는다.
그는 ‘연기 선생’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전임교수인 그는 “안식년이었던 지난해 일본에 교환교수로 가려 했으나 재단 일로 붙잡혔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한다. “내가 쌓아온 경험으로 10년은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안 될 것 같아요. 재충전을 해야죠. 연극은 단순히 기교적인 것으로 해결이 안 됩니다. 철학적·정신적인 것이 필요하죠. 온갖 학문이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온갖 공부가 필요합니다.”
무대에 올리고 싶은 작품이 많아서 마음이 급하다. “필독서가 있는 것처럼 꼭 해야 할 작품이 있거든요.” 그러면서 입센의 ‘민중의 적’, 최인훈 ‘봄이 오면 산에 들에’, 함세덕의 ‘동승’ 등을 꼽는다. “사유할 수 있는 연극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람이 안 들면 어떻습니까.”
글 이보연, 사진 김창길 기자 byable@segye.com
그는 누구인가 유인촌 대표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많다.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외에도 탤런트, 방송인, 연극인, 대학교수, 환경재단 이사, 보건복지부 암예방 홍보대사 등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모자랄 정도다. 정식으로 이름을 걸고 있는 단체 외에도 여러 곳에서 행사마다 그를 ‘모셔가려고’ 애쓴다. 그는 “나처럼 적당히 얼굴이 알려져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맡고 있는 일이 워낙 많은 데다 ‘얼굴 마담’ 부탁이 들어오면 힘 닿는 대로 들어주다 보니 그의 일상은 빡빡하게 돌아간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씩 마라톤을 하며 건강을 지킨다. 본래 그는 수영, 펜싱, 검도, 승마 등 갖가지 운동에 능하다. “고혈압 집안이라 건강하게 살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말로 운동에 매진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1971년 연극 무대에 처음 섰고, 74년 MBC 공채 탤런트 6기에 합격했다. 그간 받은 숱한 연기상 중 2000년에 수상한 제10회 ‘이해랑 연극상’은 그가 연극에 보낸 애정에 대한 화답이었다. |
2005.06.27 (월) 15: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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