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책꽂이

(20) 오리온 김상우 대표

바보처럼1 2007. 7. 24. 12:57
[CEO책꽂이]<20>오리온 김상우 대표
독서의 즐거움 'Fun경영'으로 연결
‘울지 않는 두견새는 웃게 해 울도록 만든다’. 이를 경영자의 리더십으로 굳이 풀이하면 ‘유머 경영’이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과자’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오리온의 김상우 대표를 만나면서 든 단상이다. 오리온 본사는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서 5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는 고사하고 엘리베이터도 없다.

그러나 이곳은 활기로 가득 차 있다. CEO는 항상 웃고 있었고, 배석한 홍보실 직원도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이 여유로움은 여느 회사에서 경험한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와는 달랐다. CEO의 21세기형 리더십이 영향을 미친 때문일 것이다. 김 대표가 보여주는 ‘펀(Fun) 경영’은 응원단장의 리더십과 섬김형 리더십을 조화시킨 것이다.

그의 경영 방식은 16∼17세기 일본 3대 영웅이 제각기 달리 보여준 3가지 리더십을 떠올리게 한다. 김 대표가 뛰어넘은 3가지 리더십이 무엇인가.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두견새를 소재로 한 시에서 드러낸 리더십을 말한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야 한다’고 했고,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얼러서 울게 해야 한다’고 했던 데 비해 이에야스는 ‘울지 않는 두견새가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읊었다. 이는 각기 창조형 리더십과 조화의 리더십, 인내의 리더십을 대변한다.

그런데 김 대표는 지금 오리온에서 ‘웃게 만들어 울게 하는 리더십’을 선보이며 ‘직접 우는 두견새’가 되고 있다고 하면 과장일까.

◆국민과자 초코파이=오리온의 초코파이는 한국인에게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한다. 많은 남성들이 훈련소에서 초코파이 한 개를 나눠 먹으며 ‘전우애’를 다진 추억을 갖고 있다. 초코파이는 그렇게 기억 저편을 끄집어내는 좋은 소재이다. 그런 점에서 한 세대가 넘게 초코파이가 성장을 거듭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30년의 기간은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분석한 기업의 평균 수명 22년보다도 긴 세월이다.

세월을 이겨낸 초코파이는 이제 맥도널드를 이겨볼 태세다. 각국의 경제상황 파악에 자주 이용되는 ‘빅맥 지수’와 견줄 ‘초코파이 지수’를 내놓으면서다. 빅맥 지수는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해마다 맥도널드의 ‘빅맥’ 햄버거 값을 기준으로 삼아 발표한 수치이다. 초코파이 지수는 ‘애니콜 지수’와 함께 토종 지수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초코파이 지수는 오리온이 한국과 러시아 등 세계 11국에서 판매되는 초코파이 값을 미국 달러로 환산해 지난 3일 처음 발표한 지수이다. 초코파이도 빅맥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품질과 재료 등이 표준화돼 각국 물가 수준 파악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초코파이 지수가 빅맥 지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 본다. 적어도 지금의 오리온 기세가 이어진다면 말이다.

1974년 출시된 이후 초코파이는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0개가 넘는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 제과업계로는 처음으로 2003년 단일 제품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뒤 한국 맛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결혼식 답례품으로, 베트남에서는 제사상에 올리는 명품 과자로 대우받고 있다. 그러나 오리온이 그룹으로 외피를 달리한 것은 4년이 채 안 됐다. 동양그룹의 한 축이었던 제과, 외식, 엔터테인먼트, 유통사업을 묶어 분리한 게 2001년 9월이었다.

◆현장을 담는 ‘펀’경영=오리온이 확실한 토종 브랜드로 커온 것은 회사가 끊임없이 소비자와 접촉한 결과이다. 김 대표와 인터뷰가 있던 지난 15일은 마침 오리온의 ‘맵시 데이’였다. 맵시 데이는 매주 수요일 전 임직원이 넥타이를 하지 않고 평상복으로 근무하는 날로, 생각이 젊어야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따라갈 수 있다는 뜻에서 마련한 날이다.

현장과 즐거움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 방식은 독서 취향에도 잘 나타난다.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김영사)를 비롯해 ‘100퍼센트 인생경영’과 ‘오사카 상인들’은 현장 중시 경영을 강조하는 책으로 제격이었다. 직원들과 함께 읽은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와 ‘선물’(중앙M&B)을 읽고는 성공한 사람보다는 소중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다.

오리온은 분기마다 ‘독수리 시상식’이라는 행사를 열어 우수사원을 표창한다. 이날은 물풍선 던지기 게임과 주점, 장터 등 대학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이벤트가 즐비하다. “제과업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사업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즐거움을 추구하고 그 재미를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그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생산자가 즐거워야 합니다.”

‘펀 경영’을 위해 김 사장은 ‘화장실 아이디어 판’ ‘트렌드 따라잡기’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홍보실의 백운하 부장은 “각종 재미있는 행사를 통해 무거움을 벗어나고 흥을 강조하는 기업문화가 스며들고 있다”며 “회의 도중에 상사와 친구처럼 대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는 직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론을 접목하라=‘열린 CEO’ 김 대표에게 지식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가치라는 것은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다. 그는 현장 밀착 경영으로 ‘치토스’와 ‘포카칩’ 등 어른에게도 낯설지 않은 인기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시켰다.

생산성 향상은 ‘북 클럽’ 운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맵시 데이와 트렌드 따라하기가 현장을 반영한 것이라면, 북 클럽 운영은 현장과 이론을 접목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오리온 그룹의 사장과 부사장, 상무 등 임원이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9시부터 시작해 12시까지 여는 독서토론에 참가한다. 그는 또 사내 직원들과도 북 클럽을 만들어 책을 통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적극 나선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책을 매개로 한 대화는 진중한 주제를 가볍게 접근하게 만든다.

그는 ‘피도 눈물도 없이 경영하라’(북앳북스)와 ‘블루오션 전략’(교보문고),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물푸레)을 읽는 합리적인 경영자이기도 하지만,

‘삼국지’ 등 고전를 비롯해 ‘쓸쓸한 낙엽도 한때는 초록이었다’(창작시대)와 ‘연탄길’(삼진기획)을 읽는 감성 CEO이기도 하다.

지나는 길에, 오리온의 생산품을 다 체험하는 일은 삼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제과에서 베니건스의 음식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인기 만점의 맛이어서, 다 체험하려다가는 가정 경제에 만만찮은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달이 뜬 밤에도 또렷하게 보이는 별인 하늘의 ‘오리온’과 지상의 오리온은 함께 빛을 발하고 있다.

글 박종현, 사진 송원영 기자 bali@segye.com

그는 누구인가

1957년 인천에서 태어난 김상우 오리온 대표는 1987년 동양제과에 입사해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해 왔다. 치토스, 포카칩, 썬칩 등의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며 국내 영업의 귀재로 평가받았다. 최고경영자로 임명된 2003년 달성한 매출 5000억원은 순수 제과사업 분야에서 국내 처음으로 이룩한 금자탑이었다. 그는 시장을 선점한 뒤 내실 위주의 경영을 펴 그룹에 안정적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

‘최고의 영업력을 자랑하는 회사’를 지향하며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직원들에게 전파하는 것을 낯설어 하지 않는 감성적인 CEO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오리온의 제과사업을 ‘먹는 즐거움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있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 박종현, 사진 송원영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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