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신 유앤파트너즈 사장은 이런 인식에 덧칠을 하게 하는 CEO이다. 유 사장은 커리어 컨설팅 전문회사인 유앤파트너즈의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저녁 약속은 잡지 않는다 그는 지천명을 앞둔 CEO로 보기엔 너무 젊다. 자신을 표현해 내는 옷맵시는 모델보다 자연스럽고, 탤런트보다 고급스럽다. 각종 잡지와 전문지가 그를 ‘얼짱 CEO’나 ‘옷 잘 입는 CEO’로 명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월급 총액의 10%는 무조건 자기계발, 특히 외모 가꾸기에 투자해야 합니다. 남들에게 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요. 특히 여성은 머리와 화장과 옷, 이 세 가지에 꼭 신경써서 다니는 게 좋습니다.” 외향만으로 그를 높게 평가한다면 아직은 어설픈 생각이다. 그는 일과 휴식을 사랑한다. “기업체에 CEO를 추천하고, 추천된 사람이 업무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게 헤드헌팅과 경력컨설팅의 주된 일입니다.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석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일을 사랑해야지요.” 그의 말에 밤낮없이 일에 매달리는 CEO의 일반적 이미지를 상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는 되도록이면 저녁식사 약속을 잡지 않는 가정주부이기도 하다. 헤드헌팅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1990년대 이후 그가 저녁 약속을 한 경우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는다. ‘언제 식사 한번 하시지요’ 정도의 약속도 반드시 실천하는 당사자이고 보면 그의 철칙을 느낄 수 있다. “저녁 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저에게 투자합니다.”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술자리로 이어지는 저녁 약속을 없앤 유 사장은 평상시에 시간관리의 효율을 높인다.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1000명이 넘는 고객들의 안부와 근황을 묻는 것은 보통 출근시간 중 하는 일과다. #전문가를 존중하는 프로 일과 휴식을 사랑하는 유 사장은 전문가를 존중한다. 그가 달고 다니는 말 한마디는 “아,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프로구나!”다. 그의 경험 한 토막. “라디오 방송에 너무 열중하다가 진행자 이금희 아나운서의 멘트까지 제가 한 적이 있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정색을 하며 지적하는 이금희씨의 얼굴에서 저는 프로의 자세를 보았습니다.” 유 사장은 곳곳에서 프로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왔다. “뉴욕의 인재들은 점심도 아무하고나 먹지 않고, 업무시간에 개인의 일을 하지 않습니다.” 프로를 향한 유 사장의 열정은 독서시간과 공부할 시간 확보로 이어진다. 그는 일주일에 서너 번은 각종 전문강사를 초빙해서 강의를 듣는 세미나와 독서 모임, 스터디 모임에 적극 참여한다. 개인의 브랜드를 강조하고 몸값을 많이 받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그는 먼저 알토란같은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간혹 5년도 안돼 이직하려는 젊은 직장인이 있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이론을 체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일하는 분야의 책을 넓고 깊게 읽는 게 중요하다. 독서의 중요성은 명문을 남긴 당나라 시성 두보의 문장에서도 확인된다. ‘男兒須讀五車書(남아수독오거서)’. 남자라면 다섯 수레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두보의 말은 시대와 성별을 넘어 통용된다. 다방면의 독서로 머리를 총명하게 하면 절묘한 직관이 생기게 된다. 그 직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하는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범우사)와 시인 류시화의 시집들은 유 사장이 좋아하는 책들이다. “법정 스님의 책은 늘 스스로 되돌아보게 만들고, 류시화씨의 시집은 읽을 때마다 가슴 절절한 느낌이 있어 참 좋습니다.” CEO 유 사장은 또 젊은 시절 이후 박노해의 ‘사람만이 희망이다’(해냄)를 즐겨 읽어 왔으며, ‘사람이 꽃피는 민들레 국수집’(더북컴퍼니)과 ‘호연연가’(샘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99선’(푸르름)을 주변인에게 곧잘 추천한다. 그가 높게 평가하는 CEO 관련 명저는 무엇일까.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미래기업의 조건’(비즈니스북스)과 ‘잭 웰치, 위대한 승리’(청림출판)는 그가 경제경영서의 으뜸으로 꼽는 책이다. 한 사람의 독서가 세상을 건강하게 바꾼다는 명제가 통한다면 헤드헌팅 일을 하는 유 사장의 독서는 그 의미가 각별할 것이다. #인재는 아름답다 헤드헌터는 고객이 원하는 조건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특정한 일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제아무리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세상은 혼자만 살아갈 수 없는 곳인가 보다. 유 사장은 인재 정보를 얻기 위해서 먼저 관심을 나누고, 말을 나누고, 도움을 나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저서 ‘나는 희망을 스카우트한다’(더북컴퍼니)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팻커드 회장은 8개월 동안 400명의 후보자 중에 선발된 CEO였고, 잭 웰치 전 GE 회장은 퇴임 당시 지난 7개월 동안 자기가 잘한 첫번째 일은 후계자를 뽑은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재를 중시했다.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는 많이 들어야 한다. 들을 줄 아는 리더 유 사장은 1962년 존 스타인벡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한 구절을 좋아한다. “우리 각자의 영혼은 그저 하나의 작은 조각에 불과해서, 다른 사람들의 영혼과 합쳐져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는 세상의 어떤 사람에게 낯을 가리거나 차별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그 대상은 ‘자기’를 만들어온 사람에 한한다. 인터넷이란 이름의 수도꼭지만 틀면 정보가 콸콸 넘쳐나는 세상이다. 골치 아프게 책을 들고 읽어야 하냐고 하는 윤똑똑이들이 많지만 아직도 우리 시대 CEO들은 지혜의 대부분을 책에서 찾고 있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한 사람의 독자로 살아간다는 말과 진배없을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헤드헌터 유 사장을 만나면서 든 생각이다. 글 박종현, 사진 황정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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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5 (월) 1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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