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모든 것을 잊게 하면서 또 동시에 모든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차와 자가용 여행을 하면서 차창 밖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농촌 마을의 풍경은 현실의 각박함을 잊게 한다. 그런가 하면 이국의 도시에서 한국인을 만나기라도 하면 사라졌던 동족애와 애국심이 한꺼번에 생긴다. # 세계 문화인 휴가철을 맞아 국내 대표적인 여행업 브랜드인 ‘하나투어’의 박상환 사장을 만났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 건물에 자리한 하나투어 본사에서 만난 박 사장은 여행업에 입문해 4반세기를 보낸 여행업계의 산증인이다. 박 사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삶에 신선한 궤적 하나를 추가해 주는 여행을 즐겼다. 그 신선함을 주변 사람에게 선사하고픈 욕구로 1981년 문을 두드린 곳이 고려여행사였다.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을 앞두고 취직한 여행사에서 그는 희망을 담금질했다. 고객들과 여행에 나서면서 ‘세계 문화인’이 돼 갔다. 통역안내원 자격을 취득하는 등 고객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 한자락에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들뜬 기분으로 여행에 나섰다가 돌아올 때쯤에는 기분이 상한다는 고객들을 접할 때마다 그 허전함의 정도는 심했다. 소규모 여행업으로는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사업 감각을 키운 것은 정부의 해외여행 자유화에 발맞춰 도매 여행업이라는 새로운 영업 방식을 내세워 국일여행사를 공동 창업한 89년이었다.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해 굴지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신념으로 93년 하나투어의 전신인 국진여행사를 설립했다. 96년 상호를 국진여행사에서 하나투어로 변경하고 여행업에도 ‘규모의 경제’를 도입했다. 꿈을 먹고 자란다는 표현은 이럴 때 하는 말 같았다. 박 사장에게 여행업은 서비스 산업이다. 시간과 공간을 달리해 만나는 수많은 고객들이 각기 다른 눈높이와 요구 조건을 갖고 있기에 서비스 정신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게 여행업이다. 그런가 하면 여행업은 또 문화 산업이면서 첨단 산업이다. “현지 문화를 파는 여행업은 보이지 않은 상품입니다. 여행상품을 단순히 놀고 즐기는 여행이 아닌, 그곳을 느끼고 배우게 하는 문화 상품으로 개발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지 문화와 이를 향유하는 이들의 정서는 시시때때로 변한다. 이 때문에 그가 자주 찾는 책이 변화에 관한 리더십을 다룬 책들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서 위대한 기업으로’(김영사)를 통해 기업 발전에 관한 철학을 접했고,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청림출판)를 통해 미래를 보는 창조적 시각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한국 최고경영자 100인의 좌우명’(청년정신)과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는 최고경영자(CEO)인 그에게 용기와 신념을 제공하기에 족한 책이었다. 얼마 전에는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의 발전을 이끌어 온 덩샤오핑 평전인 ‘덩샤오핑’(황금가지)과 이순신 장군의 삶을 그린 ‘칼의 노래’(생각의 나무)를 읽었다. 시공을 초월해 고난 속에서 감동적인 삶을 일궈낸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 개인이 역사에 기여하고 결국 열정과 주변 사람들에 크게 힘입는다는 생각은 두 책에서 건져 올린 수확이었다. # 중요한 것은 ‘열정’, ‘사람’ 결국 박 사장에게 중요한 것은 ‘열정’과 ‘사람’이었다. 사람의 소중함을 알기에 사내에 독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50세를 정점으로 하는 임금 피크제를 도입해 연륜을 갖춘 직원들이 65세까지도 근무하도록 했다. 박 사장은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걸작 ‘모나리자’를 그릴 수 있었던 그 ‘배경’을 떠오르게 한다. 모나리자는 창작 활동 외에도 끝없는 노력을 펼친 다빈치의 열정 때문에 가능했던 작품이다. 수많은 안면부 스케치 결과 얼굴 근육의 미묘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기에 그러한 걸작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열정을 숨길 수 없어 수많은 배움의 현장을 찾았다. 성균관대학교 무역대학원 과정을 수료하고 올해 뒤늦게 경희대 관광대학원에 입학해 이론과 실무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배움에 행복을 느끼는 ‘젊은 청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을 둘러보면서 즐거워하는 박 사장은 현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실천적 중독자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거칠 것 없이 달려온 그에게 아직도 못다 이룬 꿈이 있다. 국내 여행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을 넘어서 일본, 중국 업체와 당당히 겨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동북아 3국은 모두 비행 시간 4시간 안에 포함됩니다. 한·중·일 3국을 잇는 동북아 관광벨트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하고, 그 가운데에 있는 한국은 프로그램만 잘 짜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박 사장은 중간 단계를 생략한 채 일본과 중국 현지에서 직접 고객을 모집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더 이상 질 낮은 여행 상품으로는 높아진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습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시장에서 적극 반영하고 담아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행업계는 그러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박 사장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순간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고 말한 강철왕 데일 카네기의 인생 철학이 생각났다. CEO의 자질을 카리스마와 전문적 지식, 열정, 비전에서 찾는다면 그는 이 모든 것을 갖춘 경영자로 보였다. 열정이 넘치는 여행 전문가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박 사장과 대화하려면 그의 말허리를 끊고 들어가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 낯선 것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 여행만큼 탐닉하는 분야가 책읽기다. 그는 서점에 가서 자꾸 책을 산다. “그걸 다 읽을 것도 아니련만 책장 하나를 넘기면 만나게 될 새로운 세상, 그걸 놓쳐버리는 게 너무 아쉬워서 책을 사고, 지도책을 삽니다.”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도 그러한 세상이다. 지금 이야기하지 않으면 놓쳐버릴 세상을 고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한다. 낯선 것들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늘 지도를 옆에 끼고 살게 만들었다. 마치 땅 많이 가진 부자가 지도를 끼고 살 듯이 말이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부자들이 대한민국 전도를 끼고 살 때, 그는 세계 지도를 끼고 살았다는 데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다시금 강조한 “사업가는 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는 말은 실은 모든 현대인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일을 하면서 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다른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글 박종현, 사진 송원영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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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8 (월) 16: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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