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4) 시간 관리 (상)

바보처럼1 2007. 7. 31. 12:44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14) 시간 관리 (상)

세상에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두 종류의 시간이 있습니다. 크로노스(chronos)는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객관적인 시간을 말합니다. 부자라거나 똑똑하다고 해서 하루 24시간 이상을 가질 수는 없다는 단호한 시간의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낫을 든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내곤 합니다. 그러나 동일한 시간이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의미가 달라집니다. 아인슈타인이 얘기했듯 똑같은 1분이라도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는 1분과 뜨거운 난로 위에 있는 1분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인 시간을 카이로스(kairos)라 하고, 공 위에서 균형을 잡는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공 위에서 머무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지요.

학생들의 방학 기간입니다. 방학을 하게 되면 의례적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간 계획표를 작성합니다. 부모님들도 학창시절 냄비 뚜껑을 사용해 동그라미를 그려 계획표를 작성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계획표대로 방학을 지내셨는지요?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많은 시간을 학교 시간표라는 크로노스에 따라 사용합니다. 하지만 방학이 되면서 아이들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해야만 합니다. 크로노스를 카이로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동일한 방학 기간을 카이로스로 만들어 보람차게 보낼 수 있을까요?

매일 8시간 이상 자고 하루 세끼 꼬박 챙겨먹고 중간 중간 시간을 내 차도 마시고 각종 문화생활도 즐기며 사는 인생,‘참 한가로운 삶이구나!’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곤충학자 류비세프는 이렇게 살면서도 70여권의 학술서적과 1만 2000여편의 논문을 완성했습니다. 대단한 천재라서가 아니라 5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시간 통계를 내며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답니다.

1분,1초 집착하기보다 숲과 나무 함께 봐야

표1은 류비세프의 하루의 시간 통계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은 시간을 거시적인 측면과 미시적인 측면으로 나눠 관리했다는 점입니다. 거시적으로는 기본 업무, 추가 업무, 사교 업무, 휴식, 독서 등의 항목으로 나누어 시간을 배정했고 미시적으로는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눠 살았습니다. 흔히 시간 관리를 나무와 숲에 비유하곤 합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살피듯 1분 1초를 아끼며 살아야 하지만 그렇게만 살면 지나치게 강박적으로 변하거나 한없이 조급해지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서 숲을 보듯 내 삶의 시간 전체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게 되면, 즉 미시적인 관리와 거시적인 관리를 동시에 하게 되면 작은 시간을 소홀하게 여겨 낭비하는 일도 적어지고, 큰 시간을 보지 못해 인생의 방향을 잃은 일도 없게 됩니다.

류비세프는 숲을 보기 위해 자신의 인생에서 업무에 따라 할당해야 하는 시간 비율을 결정해 놓고 하루, 일주일, 한 달,1년,10년,50년까지 시간 통계를 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일주일간 독서 시간이 부족했다면 다음 주에는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할당했습니다. 이런 통계를 5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했기 때문에 학자로서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알찬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주일 통계 내보면 시간관리 중요성 깨달아

표2는 학생들의 시간 통계에 적합한 항목들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요일별로 보낸 시간을 적어보고 통계를 내어보라고 권해보십시오.

시간 계산을 하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맨 처음 깜짝 놀라는 것은 자신의 하루가 24시간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놀라움이 시간에 대해, 즉 카이로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일주일 시간 계산을 해보면 의외로 공부하는 시간이 전체 시간에 비해 낮은 비율로 나타난다는 점에 또 놀랍니다.

이 놀라움이 시간 관리를 하게 만듭니다. 시간 관리는 시간을 지배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된다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크로노스를 나만의 카이로스로 만들어 결국은 자신의 인생 자체를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기사일자 : 2007-07-31    16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