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 담은 정치학 |
'꿈꾸는 평화' 출간한 김기정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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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다루는 현실정치는 물론 학문의 영역을 논하는 정치학의 방법은 지나치게 경색됐습니다.” 13일 한국국제정치학회 연례총회에서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의 역사적 원형과 20세기 초 한미관계 연구’(문학과지성사)로 학회의 학술장려상을 받은 김기정(48·사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정치학에 대한 평가다. 김 교수는 “심지어 학회에서도 평화를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본다”며 “정치학도 사회과학적인 논리의 정치학 외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견은 적어도 김 교수에게는 낯설지 않다. 지난 5월 시 전문지 ‘시와 현장’을 통해 등단한 김 교수는 최근 정치학자로는 드물게 시집 ‘꿈꾸는 평화’(아래아출판사)를 내놓고 정치학과 문학의 접목을 시도했다. 그는 시집에서 한반도 평화와 국제질서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았다. 논문이 아닌 시의 형식으로 사회와 세상에 대해서 발언한 것. 그가 자신의 시 중 가장 좋아한다는 시 ‘그리움’의 한 대목에도 이 같은 시각은 드러난다. “나는 잠들고 싶다/ 세속의 뜨락을 건너뛰고/ 규율과 제도의 옹골진 일상의 벽을 넘어/ 내 벌거벗은 영혼의 모습으로/ 오랜 깊음을 딛고 마침내/ 제자리로 일어서는/ 새로운 날의 휘황한 그늘 안에서/ 그냥 꿈꾸듯 잠들고 싶다.” 학회에 참여한 동료 교수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들은 정치학자가 시집을 내는 경우도 처음이라며 사회과학 분야와 문학의 접목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문학이 현실 문제를 다루며 사회에 참여하곤 했지만, 그 역으로 사회과학이 예술을 형식으로 삼는 경우는 없었다. 학부 전공과목인 ‘평화학 강의’를 담당해 온 그는 강의 중의 느낌과 학생들의 반응을 시적 모티프로 삼았다. 정치학 논리구조의 건조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는 학생들에게도 강의 중에 평화를 주제로 한 시를 발표하게 했다. 정치를 공부하는 학생들이지만 문학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박종현기자/bali@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