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뜨락]미스 사이공 | ||
이동순
저는 죄가 많아요
왜 그리도 쉽게 정을 주었던지
거듭 말씀드리지만
그분은 저를 사랑했습니다
이름조차 모르고
한국의 사는 곳도 알지 못합니다
김씨라는 성만 기억합니다
그때 태어난 그분 아들은 이제 청년입니다
서러운 라이따이한으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온 지난 수십년
흥건한 눈물의 세월이었지만
언제나 저를
미스 사이공이라고 불러주던
그분을 기다립니다
언제까지나 돌아오기만 기다립니다
저 멀리 있는 세상
삶이 더 이상 가혹하지 않은 곳
거기서도 저는
그분을 기다릴 것입니다
―신작시집 ‘미스 사이공’
(랜덤하우스중앙)에서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난고문학상, 시와시학상 등 수상
▲현재 영남대학교 국문과 교수
2005.12.09 (금) 20: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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