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뜨락]당산철교 위에서 | ||
이승철 | ||
2호선 전동차가 바람을 헤치며 돌진한다.
당산철교 밑으로 푸르딩딩한 강물이 떠가고
당인리 발전소 저켠 치솟는 굴뚝 연기들이
사쿠라꽃처럼 화들짝 꿈틀거리고 있다.
나는 일순, 덜컹이다가 쓰라린 공복을 어루만졌다.
나는 지금 한 마리 낙타로
인생이라는 신기루를
무사히, 잘, 건너가고, 있는가?
옛사랑이 다만 흐릿하게라도 남아 있는 한
세상을 사는 존재의 형식을 되묻지 말아야 한다.
전동차 유리문 너머 오늘 또다시 수타국수처럼
수십 수백 가닥으로 내리쳐질
한 사내의 누리끼리한 얼굴
저리도 점잖게 미소 짓고 있다.
이승철
-신작시집 ‘당산철교 위에서’(솔)에서
▲1983년 시 전문 무크지 ‘민의’로 등단
▲시집 ‘세월아, 삶아’ ‘총알택시 안에서의 명상’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도서출판 화남 편집주간
2006.01.13 (금) 17: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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