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우정......이생진

바보처럼1 2007. 8. 5. 13:17
 
[시의 뜨락]우정
이 생 진

도시 한복판에서

혼자 사는 어부를 생각하는 것은

생각부터가 쓸쓸하다

홍어잡이 배에서 젊은 팔을 잃은 윤씨

이번엔 팔이 되어준 아내를 잃었으니

뭐라고 말해야 위로가 될지

그래도 나보고 만재도에 오라 한다

한 손으로도 마늘을 깔 수 있으니 김치를 담글 수 있고

통발을 바다에 던졌으니 우럭은 들어 있을 거고

당신이 좋아하는 별은 밤새 봐도 닳지 않으니

만재도에 오라 한다

인사동 커다란 유리에 비친 윤씨의 얼굴

내가 가면 그의 아내처럼 커피 잔을 들고 나오겠지

통발을 끌어올려 우럭을 꺼내던 손

배에서 내리자마자 그 손이 나를 끌어안는다

그의 손과 나의 손

손끼리 통하는 말

그건 언어가 아니라 끈끈한 정액이다

―이생진 시집 ‘인사동’(우리글)에서

▲1929년 충남 서산 출생, ‘현대문학’에

김현승 추천으로 등단.

▲시집 ‘먼 섬에 가고 싶다’ ‘혼자 사는

어머니’ 등 펴냄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제주도 명예

도민증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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