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낮달이 중얼거렸다

바보처럼1 2007. 8. 5. 13:18
 
[시의 뜨락]낮달이 중얼거렸다

이 슬픔 중에 낮달이 보인다.

저, 뭐라 중얼거린 것 같은데

달구질 소리에 묻힌다.

다시 찾으려 하니 정작 잘 보이지 않는다.

산 아래, 대낮은 여러 갈래 길이 훤한데

더 여러 갈래 마음이 어둡다.

구름 옆이었을까,

소나무 꼭대기 짬을 뒤져보니 거기 있다.

낮달은 내처 간다. 분명,

인생에 대한 그 무슨 대답인 것 같은데

하늘엔 아무런 지형지물이 없으니

저 어렴풋한 말씀을

한 자리에 오래 걸어두지 못하겠다.

또, 달구질 소리에 묻힌다.

문인수

―신작시집 ‘쉬!’(문학동네)에서

▲1945년 경북 성주 생, 1985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김달진문학상(11회), 노작문학상(3회)

수상

▲시집 ‘뿔’ ‘홰치는 산’ ‘동강의 높은 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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