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픔 중에 낮달이 보인다. 저, 뭐라 중얼거린 것 같은데 달구질 소리에 묻힌다. 다시 찾으려 하니 정작 잘 보이지 않는다. 산 아래, 대낮은 여러 갈래 길이 훤한데 더 여러 갈래 마음이 어둡다. 구름 옆이었을까, 소나무 꼭대기 짬을 뒤져보니 거기 있다. 낮달은 내처 간다. 분명, 인생에 대한 그 무슨 대답인 것 같은데 하늘엔 아무런 지형지물이 없으니 저 어렴풋한 말씀을 한 자리에 오래 걸어두지 못하겠다. 또, 달구질 소리에 묻힌다.
문인수
―신작시집 ‘쉬!’(문학동네)에서 ▲1945년 경북 성주 생, 1985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김달진문학상(11회), 노작문학상(3회) 수상 ▲시집 ‘뿔’ ‘홰치는 산’ ‘동강의 높은 새’ 등 |
2006.02.17 (금) 1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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