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종 오
마당에서 뒷짐지고 두충나무 본다 십수년 전 이사 와서 아내가 묘목 심었다
졸가리 몇은 지붕 넘어 앞집으로 가 있고 졸가리 몇은 담 넘어 골목으로 나가 있다 조밀한 주택 지역에서 같이 버텨온 두충나무 고갱이에 사람 같은 능력이 생겼겠다 잎 털어낸 두충나무 아래 아직 잎 달고 있는 어린 두충나무 여남은 그루 어미는 자식들 만들어내느라 힘썼고 자식들은 어미 따라 자라려고 아직 힘쓰고 있구나
십수년간 아내는, 언제 잎 따서 두충차 끓여 한 잔 마시자, 고 말만 했을 뿐 늘 아들딸 밥 챙겨 청년 처녀 되도록 먹였다
―시집 ‘지옥처럼 낯선’(랜덤하우스중앙 펴냄)에서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등 |
2006.04.28 (금) 1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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