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어둠을 엿보다.........신덕룡

바보처럼1 2007. 8. 5. 13:53
[시의 뜨락]어둠을 엿보다
어둠을 엿보다

신 덕 룡

외로움이 깊으면 몸 가벼워지는 걸까

선운사 앞마당에

뱃속이 텅 빈 물고기 하나

허공을 헤엄치고 있다. 거기

짚불에 콩깍지 튀는 소리들 쏟아져

저녁 안개 속으로 흩어진다.

두드려라, 두드릴수록

잘게 바스러지는 살점들

절집 뒤켠의 후미진 풀숲이나 바위 틈

새살처럼 돋아오는 별빛

끝자락에 가 닿으면, 어둠 속

수천수만의 허기진 짐승들

비린내만으로도 서둘러 제 길을 간다.

어둠 한쪽에서

붉은 꽃 동백, 툭 떨어진다.

―신작시집 ‘소리의 감옥’(천년의시작 펴냄)에서

▲경기 용문 출생

▲2002년 ‘시와시학’ 등단

▲광주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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