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뜨락]어둠을 엿보다 | ||
신 덕 룡
외로움이 깊으면 몸 가벼워지는 걸까
선운사 앞마당에
뱃속이 텅 빈 물고기 하나
허공을 헤엄치고 있다. 거기
짚불에 콩깍지 튀는 소리들 쏟아져
저녁 안개 속으로 흩어진다.
두드려라, 두드릴수록
잘게 바스러지는 살점들
절집 뒤켠의 후미진 풀숲이나 바위 틈
새살처럼 돋아오는 별빛
끝자락에 가 닿으면, 어둠 속
수천수만의 허기진 짐승들
비린내만으로도 서둘러 제 길을 간다.
어둠 한쪽에서
붉은 꽃 동백, 툭 떨어진다.
―신작시집 ‘소리의 감옥’(천년의시작 펴냄)에서
▲경기 용문 출생
▲2002년 ‘시와시학’ 등단
▲광주대 문창과 교수
2006.10.30 (월) 15: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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