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냉동 창고.........최영철

바보처럼1 2007. 8. 5. 13:52
[詩의 뜨락] 냉동 창고
냉동 창고

최 영 철

얼음조끼를 껴입은 생선들이 줄줄이 누워 있다

줄줄이 엎어져 있다

지난겨울 연행되어 사지가 묶인 것들

방탄조끼를 껴입고 면회 갔다

그들의 적의가 얼마나 살얼음 같은지

감옥 안이 다 꽁꽁 얼었다

일찍이 바다 감옥에서

수도 없이 탈옥을 감행하다가

전과에 전과가 쌓여

바다 건너 이 철통 요새 독방으로 이감되었다

차가운 종신감옥에 갇혀서도

호시탐탐 도망갈 방도만 찾고 있는

그들의 눈은 하나같이 시퍼렇다

스르르 적당히 눈감는 놈이 없는지

서로 노려보고 있다

-신작시집 ‘호루라기’(문학과지성사)에서

▲1956년 경남 창녕 출생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그림자 호수’ 등. 백석문학상 수상(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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