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냉동 창고 | ||
최 영 철
얼음조끼를 껴입은 생선들이 줄줄이 누워 있다
줄줄이 엎어져 있다
지난겨울 연행되어 사지가 묶인 것들
방탄조끼를 껴입고 면회 갔다
그들의 적의가 얼마나 살얼음 같은지
감옥 안이 다 꽁꽁 얼었다
일찍이 바다 감옥에서
수도 없이 탈옥을 감행하다가
전과에 전과가 쌓여
바다 건너 이 철통 요새 독방으로 이감되었다
차가운 종신감옥에 갇혀서도
호시탐탐 도망갈 방도만 찾고 있는
그들의 눈은 하나같이 시퍼렇다
스르르 적당히 눈감는 놈이 없는지
서로 노려보고 있다
-신작시집 ‘호루라기’(문학과지성사)에서
▲1956년 경남 창녕 출생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그림자 호수’ 등. 백석문학상 수상(2000년).
2006.10.20 (금) 21:06 |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詩의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별...........윤성택 (0) | 2007.08.05 |
---|---|
어둠을 엿보다.........신덕룡 (0) | 2007.08.05 |
포도를 임신한 여자.......장인수 (0) | 2007.08.05 |
민벌레..........이진명 (0) | 2007.08.05 |
기적........마종기 (0) | 2007.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