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햇빛 사냥........장석주

바보처럼1 2007. 8. 5. 13:59
[시의 뜨락]햇빛사냥
햇빛사냥

장 석 주

애인은 겨울들판을 헤매이고

지쳐서 바다보다 깊은 잠을 허락했다.

어두운 삼십 주야를 폭설이 내리고

하늘은 비극적으로 기울어졌다.

다시 일어나다오, 뿌리 깊은 눈썹의

어지러운 꿈을 버리고, 폭설에

덮여 오, 전신을 하얗게 지우며 사라지는 길 위로

돌아와다오, 밤눈 내리는 세상은

너무나도 오래 되어서 무너질 것 같다.

우리가 어둠 속에 집을 세우고

심장으로 그 집을 밝힌다 해도

무섭게 우는 피는 달랠 수 없다.

가자 애인이여, 햇빛사냥을

일어나 보이지 않는 덫들을 찢으며

죽음보다 깊은 강을 건너서 가자.

모든 싸움의 끝인 벌판으로.

―장석주 시집 ‘햇빛사냥’(bookin 펴냄)에서

▲1954년 충남 논산 출생

▲197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그리운 나라’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평론집 ‘길이 끝나자 여행이 시작되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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