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방
서 정 홍
여든세 살, 덕산 할머니가
오늘따라 자꾸 숨이 가쁘다는데
마을 할머니들 처방은 다 다르다.
밥을 많이 묵우서 그렇다.
밥을 많이 안 묵우서 힘이 없어 그렇다.
숨이 가빠도 밥을 많이 묵우야 낫는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숨이 가쁜데 밥을 우찌 묵노.
죽을 무야지.
야야, 고마 해라.
죽어야 낫는 병이다.
산목숨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신작시집 ‘내가 가장 착해질 때’(나라말)에서
▲1958년 마산 출생
▲1992년 제4회 전태일문학상
▲시집 ‘58년 개띠’, ‘아내에게 미안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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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08.04.12 (토) 12:24, 최종수정 2008.04.12 (토)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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