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봄 길 -최남선

바보처럼1 2006. 4. 13. 23:47

버들잎에 구는 구슬 알알이 짙은 봄빛,

찬 비라 할지라도 임의 사랑 담아 옴을

적시어 뼈에 스민다 마달 수가 잇으랴.

 

 

볼 부은 저 개구리 그 무엇에 쫓겼관대

 조르르 젖은 몸이 논귀에서 헐떠이나.

떼봄이 쳐들어 와요, 더위 함께 옵데다.

 

 

저 강상 작은 돌에 더북할쏜 푸른 풀을

다 살라 욱대길 제 그 누구가 봄을 외리.

줌만한 저 흙일망정 놓쳐 아니 주도다.

 

<백팔번뇌>(1926)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