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박학천 논술’ 학원논술시장 고수로

바보처럼1 2008. 6. 6. 19:38

[비즈피플]‘박학천 논술’ 학원논술시장 고수로

2007 05/15   뉴스메이커 724호

발상사고학습법 등 개발 전국에 1600여 프랜차이즈학원 보유
학천미디어(주) 박대호 대표.

‘논술열풍’이 아니라 ‘논술광풍’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학들이 2008년도 대학입시에서 통합형 논술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지난해 수능이 끝난 직후 강남학원가는 유명 논술학원의 강의를 들으려는 지방학생들이 대거 상경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육부는 ‘논술교육 내실화 방안’을 내놓았다. 2009년부터 초등학교 1, 2년생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논술을 교육하고, 또 현재 방과 후 학교에서만 진행하는 논술교육을 정규교육으로 편입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전국의 입시보습학원 수는 약 3만여 개에 이른다. 이 중 30%가 넘는 1만여 개가 주요대학들이 논술고사 도입을 확대한 2004년 이후에 생겼다. 이 중에 논술전문학원도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1997년에 ‘박학천논술연구소’ 설립 이후, 학천미디어(주)를 창업, 현재 가맹학원 1600여 개를 보유한 초중등용 ‘박학천논술교실’과 고등용 ‘박학천예스SKY’ 등 학원프랜차이즈 사업과 온라인학습지, 논술 관련 단행본출판, 논술특강, 논술경시대회 등의 사업으로 논술사업 ‘강자’로 인정받고 있는 학천미디어(주) 박대호 대표를 금천구 가산동 사옥에서 만났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경험

필명이자 브랜드명인 ‘학천’은 집안어른이 지어주신 ‘자’(子·본명과는 별개로 성인이 되면 쓰는 이름)이다.
박 대표는 논술교육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이력을 갖고 있다. “1978년 서울사대 국교과를 졸업하고 무학여중과 서울사대부중에서 국어교사를 하면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전교조 활동이 문제가 되어 해직되고 사회운동과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다 서울사대에서 ‘국어교육학 1호 박사’를 받은 후 1990년에 전주대 국문과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1992년에 교수협의회를 결성하려다 미운털이 박혀 또 다시 해직되었습니다.”

지금은 명예회복이 되어 민주화유공자로 선정되었지만 남들은 한번도 겪기 힘든 해직을 두 번이나 당하고 나니 오기도 생겼다. 박 대표는 그 후 출판사업가로 변신했다. 한샘출판사에서 출판본부장을 4년여 지내면서 사업감각을 익혔다. 1997년에 논술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고 동료교수, 교사, 문인 등 60여 명이 공동출자해 ‘박학천논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사업 초창기에는 조그만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사업 초창기에는 하루에 딱 2시간만 자고 일했습니다. 아침에 한 시간 자고 계속 수업하고, 회사일 하고 저녁때 한 시간 자고 다시 수업, 또 회사일. 꼬박 3~4년을 하루를 이틀로 생각하고 살다 보니 목이 그때 완전히 쉬어서 지금도 정상적인 목소리가 아닙니다.” 듣고 보니 박 대표의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하게 들린다.

박 대표는 “제가 새로운 만든 논술학습법은 ‘발상사고학습법’입니다. 단편적 지식정보를 단순히 암기하기보다는 각각의 단편지식을 링크하는 학습법으로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 하나는 ‘학습자주도의 학습법’인데 생각하는 방식에서 기계적인 암기가 아닌 학습자가 주체가 되는 학습법입니다” 최근 언론사와 외국계자본,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논술시장의 무한한 잠재성을 보고 뛰어드는 것에 대한 견해를 묻자, “교육은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데 일부 대기업이나 언론이 전문성을 가지지 않고 수익성만 바라보고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언론은 매스컴적인 감각으로 사업을 하다 수익성이 없으면 철수할 텐데 이는 무책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외국자본의 논술시장 진출 움직임에 대해서도 “제아무리 큰 외국자본이 진출해도 결국은 콘텐츠가 좋은 업체가 승리합니다. 자본이 많다고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논리에는 동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체계적이고 축적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향후 3년 이내에 회사를 상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소속 강사들 주인의식 심어줘

박 대표는 학창시절 만능스포츠맨으로 통했다. 도 대표로 수영선수를 했고 씨름, 태권도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했다. 술 실력도 지인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씨름을 하면 승률이 99% 정도 됐습니다. 서울사대 재학 때는 문학회 활동을 했습니다. 아마 20년간 술 마신 양을 합치면 저 따라올 사람 없을 겁니다. 오죽하면 그 당시에 제 별명이 ‘1주일에 8일을 술 마시는 사나이’였겠어요. ‘100일 연속 만취기록’도 있습니다.” 박 대표는 술 얘기가 나오자 묻지도 않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당시 서울대가 동숭동에 흩어져 있다가 관악캠퍼스로 통합되면서 선배들과는 연결이 다소 느슨해졌지만 동기들끼리 많이 마셨죠. 지금은 이름만대면 다 아는 유명인사들도 당시에는 새로운 시대를 꿈꾸며 같이 막걸리를 밤새 기울이곤 했습니다.”

경영철학에 대해 묻자 운동권 출신다운 단어가 나왔다. “‘민주, 자율’경영입니다. 사장도 강의하고 원고 쓰는 사람이고 직원 중 하나라는 의식을 갖고 근무하고 있고 직원들이 내 회사처럼 일하는 게 사장으로서도 힘이 덜 듭니다. 우리 회사에는 초창기 사업원년 멤버의 80%이상이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성격이 다혈질이라 직원들에게 다소 화도 잘 내고 엄하게 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제자, 문학회 선후배 등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려고 하다 보니까 그런 거고 모두가 내 회사라는 마음을 갖게끔 허물없이 대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논술교육에 대해 못 다한 말이 있으면 해달라고 하자 차분하게 얘기하던 좀전 모습과는 달리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세계적으로 모든 나라가 상상력·창의력 교육을 강조하는 추세입니다. 진학 위주의 암기식·객관식 교육은 교사 등 평가자들의 편의를 위한 교육방식이죠. 이러한 교육은 아이들에게 링크식 사고를 회피하게 하고 지적인 흥미를 유발할 수가 없습니다. 교육의 사용자인 학생이 중심이 된 교육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학생들에게 ‘쓸데없는 책 읽지 말고 공부하라’고 합니다. 이건 아니죠.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단편적인 지식 암기는 잘하는데 생각하는 능력은 형편 없는 것입니다. 교육을 정치논리(공급자 위주)로 하지 말고 학습자 위주로 해야 합니다. 그런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 세계화시대에 국제경쟁력을 기대하긴 힘들죠.”

또한 “프랑스의 수능 격인 바깔로리아는 4시간을 주고 1만 자를 쓰라고 합니다. 서울대는 2500자를 3시간에 써야 하죠. 프랑스 학생들은 그렇게 보면 엄청 앞서 있는 겁니다. 암기식으로 해서는 절대 그 시간에 못 쓰죠. 프랑스 학생들이 원래 똑똑해서 그런 게 아니라 창의적으로 쓸 수 있게끔, 공교육을 받으니까 그렇게 쓸 수 있는 겁니다. 쓰는 양으로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4~8배 앞서 있는 거예요.우리 학생들이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을 것을 쓰지만 프랑스 학생들은 평소에 학교에서 배운 것을 씁니다. 그래서 쓸 수 있는 겁니다. 논술을 교과서 밖에서 출제하는 것에 말도 많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길러주는 옳은 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영어광풍’에 이어 ‘논술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이 시대에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박 대표의 모습에서 과거의 참교육을 부르짖던 해직교사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글·김태열 기획위원 yolkim@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