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약개발·바이오산업에 도전장

바보처럼1 2008. 6. 6. 19:36

[비즈피플]신약개발·바이오산업에 도전장

2007 05/08   뉴스메이커 723호

창사 50주년 맞는 강소기업, 탄탄한 내실 발판 신성장동력 전력 투구

(주)대원제약 백승렬 대표
‘강소기업(작지만 강한기업)으로 가는 강렬한 힘’. 직원 360명의 중소청소업체인 일본의 (주)무사시노의 고야마 노보루 사장은 쟁쟁한 대기업을 제치고 일본 내 최고 권위의 일본품질경영상을 수상했다. 그에게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며 수익을 내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수익과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회사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구조’를 키우는 힘은 사장과 직원이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 최고경영자는 더 나아가 회사의 최적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검증과 개선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아마도 한국 제약업계의 강소기업으로 (주)대원제약을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창사 이래 한번도 적자운영을 해본 일이 없는 백승렬 대표를 군자동 사옥에서 만났다.

“제약업계의 급변하는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항상 본분을 지켜왔습니다. 전문의약품 분야에서 남들이 인정할 만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자부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창사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제2창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성장 실현

부친인 백부현 회장이 1958년 대원제약을 창업했다. 1980년대까지는 견실하지만 중소규모의 제약업체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비록 창립 이래 48년 동안 한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은 없지만 제약업계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른바 ‘히트상품(거대상품)의 부재’가 원인이었다.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백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성장 시현’을 2007년 경영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는 ‘야심작’인 골관절염 치료제(펠루비정)와 정맥마취 신약(아쿠아폴)의 출시를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펠루비정’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정청으로부터 신약허가 승인을 받는 개가를 올렸다. 이 신약은 이미 8개 종합병원에 공급계약을 마쳤다. 향후 3년 이내 100억 원 이상의 매출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정맥마취제 ‘아쿠아폴’도 올 하반기에 국내외 동시 발매예정으로 2010년 시장점유율 50%와 매출 100억 원 달성의 야심찬 목표를 계획하고 있다.

외국계 제약회사가 보통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드는 신약개발 비용은 약 8억~13억 달러(한화 7000억~1조2000억 원)다. 신약이 되기 위해서는 전임상(동물실험), 임상 1·2·3상을 단계별로 거친다. 여기에 드는 비용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임상 1상에서 성공하고 임상 2상에서도 성공하는 경우가 약 10분의 1이고, 임상 2상을 걸쳐 임상 3상이 성공할 확률도 5분의 1 정도이다. 어느 한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신약개발은 중지해야 한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위험부담이 크고 투자비용이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는 신약개발을 진행하기 쉽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의 대부분이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생산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 대표는 대원제약이 개발한 신약에 대한 원천기술 수준에 대해 “획기적인 신약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가 개발한 신약은 비록 일본에서 발견한 신물질이지만 국내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거쳤기 때문에 순수 국산기술신약이라고 자부한다”며 다소 흥분된 어조로 답변했다.

대원제약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신(新)성장동력은 ‘바이오, 생명공학분야’ 사업으로 진출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신약 바이오벤처인 포휴먼택(주)과 공동으로 PTD(단백질전달체)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천식치료제 FHT-CT4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FHT-CT4는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될 정도로 공인받은 연구결과다. 현재 전임상 시험준비 단계에 있다. 빠르면 1년 안에 발매가능할 전망이다. 백 대표는 ‘대원제약의 미래 성장동력은 신약개발과 바이오사업’이라며 “연구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신약개발 및 연구개발에 강점을 갖는 신의약품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2008년 창사 50주년에는 신약매출과 바이오사업매출을 동력으로 매출 1000억 원대의 기업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내봉사단 발족 이웃돕기 펼쳐

대원제약 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대부분의 기업이 다 겪은 일이지만 IMF외환위기는 대원제약에도 심각한 경영상의 수지악화를 가져왔다. 당시 비상경영체제로 위기를 무사히 넘겼으나 또 한 차례의 위기가 있었다. 바로 대원제약의 간판품목인 ‘트리겔’ 현탁액이 비급여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당시 연간 100억 원 매출을 기대했던 대표품목을 하루 아침에 잃자 수지는 계속 악화됐다. 백 대표는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회사 전 부문에 대한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직구조 슬림화, 반품률 개선, 고객밀착영업전략, 원가절감, 신약개발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단기간에 변화를 이끌어내 위기를 극복했고 현재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너경영인으로서 백 대표는 남달리 인재육성을 중요시한다. 직원들에 대한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이러닝(e-learning)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내 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하는 등 교육 및 직원복지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사내근로복기금은 임금과, 기타 근로조건에 더하여 기업이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출연하여 직원의 주택자금마련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적립기금으로 현재 ‘상당한 금액’을 적립했다. 또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5월에는 사내봉사단체인 ‘대원이웃사랑회’를 정식으로 발족했다. 백 대표를 단장으로 한 사내봉사단은 적십자사와 연계하여 월 1회 방문봉사활동, 기금마련, 불우노인을 위한 김치 담그기 행사, 의약품 지원 등 이웃돕기 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또한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우수한 R&D 인력의 확보를 위해 중앙연구소를 기존 경기 화성의 향남공장에서 경기바이오센터로 이전을 계획 중이다.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증거다. 또한 우수영업인력 확보를 위해 혁신적인 인센티브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회사의 성장은 직원의 열정과 헌신에서 나온다’는 게 백 대표의 소신이다. 이외에도 스키캠프, 등반대회, 마라톤대회 등 행사를 통해 직원들과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초에는 과장급 이상 간부 85명을 이끌고 해병대캠프 입소훈련을 다녀왔다. 여직원까지 참가한 훈련은 직원간의 끈끈한 단결감과 새롭게 도약하는 대원제약 임직원들의 정신재무장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 조지아대학원을 졸업한 백 대표는 1985년에 대원제약에 입사했고 2002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친형인 백승호 사장과 함께 오너2세로서 대원제약을 이끌고 있다. 신문지상에 가끔 오르내리는 재벌이나 중견그룹의 ‘무게 잡는’ 오너2, 3세와는 전혀 다른,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이었고 소박하고 친근한 인상에서 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선대로부터 이어온 경영철학은 ‘내실경영’과 ‘현장경영’이다. 내실을 통해서 R&D 투자를 확대하자는 것이고 현장경영을 통해 발빠른 의사결정을 하자는 것이다” “로컬이 아닌 글로벌비지니스를 위해 시동을 걸었으니 꿈을 위해 신약개발과 바이오산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앞으로 대원제약의 미래를 지켜봐 달라”는 백 대표의 미소 띈 다짐에서 실력으로 무장한 오너경영인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글·김태열 기획위원 yolkim@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