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FTA, 기업이 함께합니다-⑩코엑스의 ‘감귤사랑’

바보처럼1 2008. 7. 8. 07:50
<1사1촌으로 FTA 넘는다>
코엑스 상설매장 제안에 판로 걱정 해결
4부. FTA, 기업이 함께합니다-⑩코엑스의 ‘감귤사랑’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배병관(앞줄 왼쪽 네 번째) 코엑스 사장이 지난 16일 임직원들과 함께 1사1촌 결연마을인 제주 서귀포시 효돈 마을에서 감귤 따기 일손돕기를 한 뒤 자신들이 딴 감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서귀포 = 박양수기자
“어이, 거기 데끼지 좀 말아요(던지지 말아요). 감귤을 꼭지까지 조꾸띠(바짝 붙여서) 잘라야 운송과정에서 상처를 입지 않아요.”

‘군기 반장’을 자청하고 나선 효돈마을 고용범 자치위원회 간사가 엄포성 경고를 한마디 던지자, 순간 옆에서 재잘대며 감귤을 따던 ‘서울 촌놈(?)’들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감돌았다. 마을주민들이 일년 내내 정성들여 가꾼 과일에 행여나 상처를 입히지 않을까 걱정되나 보다.

지난 1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효돈 마을. 한라산 남녘 바로 앞자락에 자리잡고 있어 감귤 주산지로 널리 알려진 이 마을에 서울 손님들이 찾아왔다. 1사1촌 결연을 한 코엑스의 임직원 22명이다. 이들은 공항에서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동사무소를 찾아 황태희 동장에게 책 130여권을 전달한 후 곧바로 이곳으로 달려와 감귤수확 일손돕기에 나섰다. 이날 직원들이 일손돕기에 나선 곳은 마을 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덕문(53)씨의 농장이다.

효돈마을은 제주에서도 가장 따뜻한 지역으로 감귤농사 최적지. 국내 처음으로 감귤을 재배한 곳이기도 하다. 전체 주민의 95%가량이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새도 없이 바쁘게 가위 든 손을 놀리던 배병관 코엑스 사장은 “마을 주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될 수 있게 열과 성을 다해달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간간이 내오는 고구마, 커피 등 간식거리를 먹는 시간도 아까운 듯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서너 시간도 안 돼 상자 50여개가 가득 찼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말처럼 농촌마을에선 이맘때가 가장 바쁘다. 농가에서는 일당 4만원을 주고 일꾼들을 고용해 쓴다. 그런데 올해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일손 구하기가 예년에 비해 훨씬 힘든 것 같다고 주민 오영희(50)씨가 말했다.

한때 감귤나무 한 그루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해 ‘대학나무’라고 불릴 정도로 감귤은 이 마을의 효자 작물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가격폭락으로 인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다시피 했다. 특히 올해는 제주도 전체 기준으로 적정생산량(50만t)을 훨씬 웃도는 68만t가량이 생산될 예정이어서 농가마다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그래서 효돈감귤 홍보탑 건립사업과 다우렁·천해원·행복담원 등의 명품 브랜드 만들기, 용과·키위 등 대체작물 심기, 숙박·음식업 등의 상업시설 유치사업 등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은 수확한 상품을 팔 수 있는 유통망의 확보. 감귤은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해 성수기인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모두 판매돼야 하기 때문이다. 효돈농협의 권시찬 이사는 “감귤값이 폭락하더라도 효돈마을 상품은 맛과 품질이 뛰어나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판로만 보장되면 걱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정말 뜻밖의 선물이 마을 주민들에게 주어졌다. 주민들이 판로 때문에 고민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배병관 사장이 즉석에서 “성수기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일부 공간에 효돈마을 상설매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박양섭 센터운영본부장에게 지시한 것.

코엑스 임직원들이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수확한 감귤은 22∼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이틀간에 걸쳐 봉사활동을 마친 코엑스 직원들은 일요일인 18일 저녁 늦게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배웅을 나온 마을 주민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촌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1사1촌처럼 도농간에 상생의 다리가 많이 놓여진다면 FTA를 겁낼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귀포 =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