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FTA, 기업이 함께합니다-⑪KT의 176번째 결연

바보처럼1 2008. 7. 8. 07:54
<1사1촌으로 FTA 넘는다>
176번째 결연… ‘농촌사랑’에 빠진 KT
4부. FTA, 기업이 함께합니다-⑪KT의 176번째 결연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남중수(오른쪽) KT 사장이 지난 14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 복사꽃마을에서 직원들과 함께 사과를 따고 있다. 강릉 = 이관범기자
“어제 오려고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 이제서야 왔습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 복사꽃마을. 작업복 차림의 남중수(52) KT 사장이 사과밭을 올라오면서 환하게 웃었다. 정명시(51) 복사꽃마을 이장과 사과밭 주인인 함영관(63)씨는 남 사장을 보자 두 손을 붙잡고 “귀한 손님이 왔다”며 반갑게 맞았다. 남 사장은 이날도 오전 5시에 사무실로 출근해 2시간여 동안 급한 일을 처리한 뒤 이곳으로 달려온 참이었다.

주문진에서 서북쪽으로 4㎞ 떨어진 복사꽃마을은 이맘때면 짠내 나는 바다 냄새에 붉게 익은 사과향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영동 지역의 대표적인 과실 재배 마을이다. 봄이면 복사꽃이 온 마을을 뒤덮는다고 해서 복사꽃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

남 사장은 좀 더 일찍 오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일손돕기에 나섰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지원’을 온 때문인지 먼저 도착해서 사과 따는 걸 돕고 있던 KT 강릉지사 직원 30여명의 손놀림에 신바람이 느껴졌다.

“이렇게 따면 됩니까?”

경영의 달인으로 유명한 남 사장도 사과 따는 데는 영락없는 초심자다. CEO의 서툰 손놀림을 지켜보던 직원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사과를 반대방향으로 들어 올리는 듯 따드래요∼.”

초심자들 앞에서 정 이장의 즉석 사과 강연이 이어졌다. “꼭지가 상하지 않아야 상품 가치가 유지됩니다. 좋은 사과는 햇볕을 많이 받을수록 당도가 높고 붉어요. 그래야 새콤달콤하면서도 향이 좋죠…” 그의 설명을 듣던 KT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 서 있던 밭주인 함씨가 “올해는 봄철 꽃샘 추위 때문에 사과가 예년에 비해 절반도 안 열렸다”며 “보통 꽃이 열린 자리에 열매가 맺히는데 이때 날씨가 추우면 잎이 돼버린다”고 말하자 KT 임직원들의 안타까움의 탄식이 이어졌다. 직원들과 함께 땀을 흘리던 남 사장은 “사과를 직접 따본 건 미국 유학시절 돈을 내고 원하는 만큼 맘껏 따가는 농장에 가본 뒤 처음”이라며 “사과 따는 데도 기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KT 강릉지사 소속 배은정(여·37)씨는 “CEO와 한데 어울려 농촌일손돕기를 하니까 힘이 절로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일손돕기를 마친 남 사장과 KT 직원들은 마을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KT 강릉지사와 복사꽃마을 간 ‘1사1촌운동’ 결연식을 가졌다. 이로써 복사꽃마을은 KT가 1사1촌 결연한 176번째 마을이 됐다. KT의 ‘1사1촌 사랑’은 업계 안팎에서도 유명하다. 지난 2005년 5월 첫 1사1촌 결연을 한 이후 2년6개월여 동안 176개 마을과 인연을 맺었으니, 평균 5일에 한 번꼴로 농촌마을과 1사1촌 결연한 셈이다.

KT 강릉지사는 이날 즉석에서 배 200상자를 구입했으며, 강릉 인근의 사회복지시설 등에 이를 기증키로 했다. 또 이 자리에서 마을 주민에게 겨울 내의를 선물했으며, 마을 주민은 답례로 마을 특산물인 복숭아 통조림을 전달해 결연의 정을 주고받았다.

이날 일손돕기와 결연식을 마치고 마을을 떠나던 직원들은 “앞으로 친척 집 드나들 듯 자주 찾아 뵙겠다”며 굳은 약속을 했다.

마을 주민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의 파고가 거세지만 이렇게 옆에서 응원해주는 1사1촌 식구가 있으니 한없이 든든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릉 =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