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충남 태안 백합수출영농조합 대표 강 항 식 씨

바보처럼1 2008. 7. 8. 08:17
<1사1촌 운동-스타 농민>
하얀 백합… 붉은 열정, 100가지 사업을 꿈꾸다
충남 태안 백합수출영농조합 대표 강 항 식 씨
방승배기자 bsb@munhwa.com
“백합꽃에서 어떻게 복합산업이 가능하냐고요? 백합을 키워 수출하고, 백합축제를 열어 관광객들을 유치해 입장료 수입을 올리고, 백합으로 빵·과자·향수 등 제품까지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충남 태안에서 ‘백합박사’로 불리며 연간 1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강항식(43)씨는 ‘글로벌 농업과 과학영농’을 지향하는 화훼 농업인이다. 10년째 짓고 있는 백합농사를 ‘복합산업화’하는 한편, 일본에만 국한되던 수출을 러시아 등으로 다변화해 나간다는 미래전략까지 세워놓고 있다. 그는 30, 40대 젊은 농업인들로 구성된 태안반도 백합수출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이기도 하다.

28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송암리에 위치한 강 대표의 9917㎡ 규모의 하우스 안에는 형형색색의 백합들로 가득했다. 하우스 한쪽에서는 동네 부녀자들이 오는 6월 백합축제에 쓰일 백합 종구(뿌리)를 작은 화분에 옮겨 담는 작업에 분주했다. 올해 3회째인 ‘태안 백합꽃축제’는 강 대표가 요즘 가장 신경쓰는 역점 사업이다.

“지난해 10만명이 백합꽃축제에 다녀갔는데 올해는 관람객 30만명으로 목표를 잡았어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2000여개 축제 가운데 유일하게 지자체 등 지원 없이 농민들 스스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준비하는 축제지요.”

그는 올해 기름 제거작업을 하러 온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입장료(5000원)의 10%를 할인해줄 방침이라고 한다. 강 대표는 지난해 축제로 벌어들인 6억원의 수익금을 모두 재투자했다. 7억2000여만원의 시설비가 투입된 하우스에서는 하루에 5분씩 물과 16가지 영양분을 공급하는 자동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태안의 해안성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 황토 등이 재배에 좋은 환경적 요인이긴 하지만 강 대표의 연구노력도 큰 몫을 한다. 그는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생명자원학과 석사과정을 수강하면서 기술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백합의 발화시기를 일본 수출(3월)에 맞춘 초촉성재배법과, 야자수가루·왕겨 등을 넣어 만든 인공배양토에서 백합종구를 키우는 재배법을 개발해냈다. 영농조합법인에서 연간 9000만개의 백합종구를 네덜란드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국내생산비율을 높여나가는 것은 그의 큰 연구과제다.

강 대표가 이끌고 있는 영농조합법인에서는 지난해 55만포기(4억4000여만원)의 백합을 일본에 수출했다. “일본에 180여개의 화훼시장이 있는데 이곳에 태안백합 홍보물을 뿌리고, 일본 화훼농가들과 기술교류 등도 추진하고 있어요. 오는 4월 네덜란드에서 있을 국제원예학회에서도 홍보를 펼칠 계획입니다.”

그는 최근 백합의 러시아 수출에도 나서는 등 수출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어느나라에 어떤 품종의 꽃이 언제 잘 쓰이는지 줄줄 꿰고 있다. 백합을 이용한 빵과 과자 제품이 이미 산학협력연구를 통해 나왔고, 조만간 향수 제품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 한 화장품 회사가 이곳에서 향을 추출한 뒤 천연향수를 개발하고 있다. 강 대표의 연매출은 1억6000만원, 그가 이끄는 법인은 9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태안 = 방승배기자 bsb@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