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최고 명당 ‘맞춤사과’로 영그는 부농의 꿈( 영주 풍기읍 금계리 차기철)

바보처럼1 2008. 9. 18. 11:16

<스타 농민>
최고 명당 ‘맞춤사과’로 영그는 부농의 꿈
경북 영주 풍기읍 금계리 차기철 씨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는 풍수지리상 10개의 명당, 이른바 ‘10승지(十勝地)’가 소개돼 있다. 그 첫째 장소인 경북 영주시 풍기읍 금계리는 금빛 찬란한 닭이 알을 품었다는 ‘금계포란(金鷄抱卵)’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예부터 군대와 화마가 들어오지 못한다는 ‘병화불입(兵火不入)’의 명당이다.

그래서일까, 금계리 무릉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차기철(60)씨의 사과농장은 지세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야트막한 동산을 끼고 돌아 내려가는 도로가에서는 차씨의 사과농장이 잘 보이지 않지만 농장에서는 병풍처럼 둘러싼 풍기읍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10여년 전 풍수 전문가의 손에 이끌려 내려온 서울의 갑부가 이 사과농장터 3만3058㎡(1만여평)를 20억 원의 거금에 사겠다고 했지만 차씨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생명과도 같은 사과나무들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11일 차씨의 농장을 찾아가 보니, 사과재배지로 최적의 명당이라는 차씨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따갑게 내리쬐는 가을 햇살은 출하를 기다리는 사과의 당도를 높이고 있었고, 해발 400m의 잔잔한 바람과 적당한 기후는 튼실한 알맹이의 크기를 더 키우고 있었다.

차씨는 30년 동안 ‘사과’ 하나에만 매달려왔다. 그의 사과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연간 생산되는 40~50t의 사과 대부분은 풀무원의 유기농 웰빙 과일로 납품돼 고가에 팔린다. 차씨는 “우리 농장의 사과맛이 소문난 것은 4년 전부터 적용해온 ‘썬플러스’ 영농기법 덕택”이라고 말했다. 하늘로 뻗는 사과나무 가지에 무거운 너트를 매달아 땅으로 향하게 하는 게 썬플러스 기법의 핵심. 땅으로 향한 가지에서 자란 사과는 하늘로 뻗는 가지에서와는 달리 햇볕과 영양분을 더 많이 받고 바람에 휘둘리지도 않아 모양과 맛이 매우 뛰어나다.

이 때문에 풍기읍 썬플러스 시범농장 1호로 지정된 차씨의 농장에는 매년 2000~3000명의 견학생들이 찾아온다. 썬플러스 기법을 도입한 이후 수익이 20~30% 향상돼 연간 순수익만 1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사람들이 몰릴 만도 하다.

차씨는 요즘 소비자 입맛에 맞춘 기능성 맞춤 사과 재배 연구에 몰두해 있다. 인체에 해가 없는 식물 생리 활성제를 투여한 일명 ‘폴리스’사과가 그것. 노화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총 플라보노이드가 일반 사과보다 많이 생성돼 몸에 좋다.

차씨는 최상급 품질의 사과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싶기 때문에 농산물 유통 과정에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유통업자들은 아직 맛이 제대로 들지 않은 사과들을 빨리 출하해 달라고 요구해요. 다른 업자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으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소비자들은 맛이 덜한 사과를 더 비싼 돈을 내고 먹게 되는 셈이다. 유통업자들 탓에 순진한 농민과 소비자 사이에 불신만 쌓이게 된다는 것. “이런 문제들만 해결된다면 외국 과일이 쏟아져 들어온다고 해도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영주 =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