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시의 뜨락] 맞먹는 산 - 천수호

바보처럼1 2010. 3. 30. 03:56

 

 맞먹는 산

          천수호

 

 

눈뜨면 맞먹는 산이 있다

10층에 사는 나와 맞먹는 산

그 산은 내 동쪽에 있다

아침 햇살이 산 능선을 올라설 때

제 속을 다 잠재워 팽팽해지는 산

내가 바깥보다 어두워질 때

나무며 돌을 재채기처럼 튕겨 내어

캄캄, 얼굴 붉히는 산

같이 어두워지거나 같이 밝아지는 것은

맞먹는 게 아닌 것,

내가 불 밝힌 밤이면

조용히 방석을 바꿔가면서

나와 면벽하는 산

한 번도 오른 적 없어, 겁 없이 맞먹는 산




-신작시집 ‘아주 붉은 현기증’(민음사)에서

▲1964년 경북 경산 출생

▲명지대 박사과정 수료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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