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오르골

바보처럼1 2008. 9. 18. 12:33
  • 오르골

    박 장 호

    네가 나를 만지는
    내가 너를 더듬는
    우리 서로에게 의수가 되어
    악수 건네는 가식 없이

    네가 나를 버티는
    내가 너를 견디는
    우리 서로에게 의족이 되어
    다리 얽는 수고로움 없이

    네 입술을 도는 혈액이 너의 것이 아니길
    내 망막에 맺힌 동공이 너의 것이 아니길

    아무도 연출 안 한 무대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무대 위에서

    네가 나를 호흡하고
    내가 너를 박동하는
    서로에게 인공의 심폐가 되어
    입맞춤의 두려움 없이

    우리 화려한 불구가 되어
    우리 눈부신 연인이 되어

    ―신작시집 ‘나는 맛있다’(랜덤하우스)에서
    ▲1975년 서울 출생
    ▲2003년 ‘시와 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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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8.09.05 (금) 17:56, 최종수정 2008.09.05 (금)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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