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골
박 장 호
네가 나를 만지는
내가 너를 더듬는
우리 서로에게 의수가 되어
악수 건네는 가식 없이
네가 나를 버티는
내가 너를 견디는
우리 서로에게 의족이 되어
다리 얽는 수고로움 없이
네 입술을 도는 혈액이 너의 것이 아니길
내 망막에 맺힌 동공이 너의 것이 아니길
아무도 연출 안 한 무대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무대 위에서
네가 나를 호흡하고
내가 너를 박동하는
서로에게 인공의 심폐가 되어
입맞춤의 두려움 없이
우리 화려한 불구가 되어
우리 눈부신 연인이 되어
―신작시집 ‘나는 맛있다’(랜덤하우스)에서
▲1975년 서울 출생
▲2003년 ‘시와 세계’로 등단
- 기사입력 2008.09.05 (금) 17:56, 최종수정 2008.09.05 (금)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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