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 - 장석주
장지문은 치자빛이고
백동 화로에서는 재가 식는다.
황혼 녘에는 목덜미가 으슬하다.
사는 게 다 그렇다.
병풍 수탉이 목 빼고 울자
괴목 반닫이 위에 목기러기 한 쌍
날개를 푸드덕이고
목단 항아리 매끈한 표면에
철 이른 모란 두어 점
서둘러 붉은 꽃을 피운다.
-신작시집 ‘몽해항로’(민음사 펴냄)에서
▲1954년 충남 논산 출생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붉디붉은 호랑이’ ‘절벽’, 산문집 ‘이 사람을 보라’ ‘추억의 속도’ ‘강철로 된 책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