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사(秋風辭)는 원래 중국 한(漢)나라 무제(武帝) 유철(劉徹)의 시로써 문선(文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무제가 하동(河東:山西省 南部)으로 행차하여 토지신에게 제사(祭祀)를 지내려고 분하(汾河)를 건너는 선상(船上)에서 군신(群臣)들과 함께 연회를 열었을 때, 흥에 취하여 지은 시입니다.
각 구(句)의 중간에 ‘혜(兮)’라는 리듬을 조정하는 글자를 두며, 모두 9구(句) 65자(字)이며
통일된 제국의 군주로서 가을의 풍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락을 자랑스럽게 서술하면서 “환락(歡樂) 극(極)하니 애정(哀情) 다(多)하고, 소장(少壯)은 어느 때인가 늙음을 어이하랴”라고 끝을 맺었습니다.
秋風辭 가을바람.
漢武帝-劉徹
秋風起兮 가을바람
불어옴이여
白雲飛 흰구름은 오락가락
草木黃落 낙엽이 우수수 떨어짐이여
雁南歸 기러기떼 남으로 가네
蘭有秀兮 그윽히 빼여난 향기로운
난초여
菊有芳 흐드러진 국화도 아름답지
아니한가
懷佳人兮 아! 그리웁다
그대
不能忘 잊을수가 없구나
泛樓船兮 화려한 배를
띄우고
濟汾河 汾河 을
건널제
橫中流兮 강심을 가로질러
감이여
揚素波 흰물결을 가르누나
簫鼓鳴兮 북소리 피리소리 요란하고
發棹歌 뱃노래도 구성지다
歡樂極兮 기쁘고 즐거움이 이보다
더하랴만
哀情多 쓸쓸하고 허전함
뿐이로다
小壯幾時兮 내젊음이 얼마나 길겠는가
奈老何 속절없이 늙어만 가는것을
추풍사가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한호 석봉이 만든 한석봉증류여장서첩 (韓石峯贈柳汝章書帖) 때문입니다.
이 서첩은 선조 29년(1596)에 당시 명필가인 한호 석봉(1543∼1605)이 친구 몇 사람과 베푼 연회석에서 이 글을 써서 기증한 것입니다.
보물 1078호 한석봉증류여장서첩
3편으로 수록된 이 서첩에는 짧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방편을 제시해 준 시구만을 뽑아 수록했는데 왕발의「등왕각서(등王閣序)」,
한무제의 「추풍사(秋風辭)」,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등 3편으로 모두가 연회석에서 즉흥으로 쓰여진 작품들입니다.
한석봉은 이 서첩에서『등왕각서』라는 원래 제목 앞에 ‘추일연(秋日宴)’이라는 세 글자를 붙여 「추일연등왕각서」라 하여 보다 계절적인 감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서첩 첫 장에는 작은 글씨로 주인 풍산 유씨라는 소장자의 글씨가 한쪽에 쓰여있어 서첩은 유씨가문에
의해 보관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서첩끝에는 당시 평소 어울려 지내던 친구들의 연회석에 참여한 명단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무제가 가을바람을 맞으며 먼저 죽은 妃-李夫人(佳人으로 표현한)을 그리워 하는 애절한 심정과 영화 뒤에 찾아오는 비수(悲愁)가 살며시 드러낸 아름다운 시이며 또 한석봉의 서첩을 통해 당시 임진왜란 직후 혼란한 시기에 사대부 사이에 팽배했던 인생에 대한 무상함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시와 서첩입니다.
아름다운 시 추풍사를 좋아했던 한석봉...
그때 그시절도 오늘처럼 가을바람이 이렇게 스산했나봅니다.
그 누굴 그리워 하는 애절함과 무상함이 조화되는 오묘한 느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비루한 가슴을 힘껏 책망하는것 같습니다...
2005. 10. 20
금강안金剛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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