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무렵 파주 삼릉(영릉, 순릉, 공릉)에 아이들과 함께 찾았습니다.
파주 삼릉은 가끔 가는곳이였지만 가을에 찾은것은 처음이였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능이 나누어져 있는데 왼쪽으로 영릉과 순릉이, 오른쪽으로 공릉이 있습니다. 먼저 영릉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영릉은 조선 21대 영조의 맏아들 진종과 그의 비 효순왕후 조씨의 능입니다. 진종의 어머니는 정빈 이씨(수길원)이며 1725년 영조가 즉위후 세자로 책봉되었고 1927년 가례를 올렸으나 그 이듬해 창경궁 진수당에서 승하하였습니다.
효순왕후는 좌의정 조문명의 딸로 1727에 세자빈에 책봉되었으나 1951년 건극당에서 소생없이 승하하였습니다.
능제의 규모는 왕릉보다는 작고, 사대부 묘보다는 형식을 갖춘 동원쌍봉릉(同原雙封陵)입니다.
병풍석과 난간석이 없고 석물들도 아담합니다. 정자각 앞 박석을 넓게 깔아놓은점이 다른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입니다. 참도는 복원시 어도와 신도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영릉의 비각. 바로 왼쪽에 황제로 추존된후에 새로 세운 비각이 한채 또 있습니다.
영능 왼쪽으로 약 100m 정도 파주 삼릉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면 순릉이 나옵니다.
순릉은 조선 9대 성종의 비 공혜왕후 한씨의 능입니다. 공혜왕후(1456~1474)는 한명회의 딸로 1467년에 가례를 올렸고 1469년 성종이 즉위하자 왕비로 책봉되었으나 5년후 1474년 소생없이 창덕궁 구현전에서 승하하였습니다.
제가 가본 어느 능보다 참도가 가장 길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홍살문 바로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홍살문 옆 망료위. 다른곳보다 조금 높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망료위는 능이 시작되는 곳에서 제향후 축문을 태우는것을 확인하거나 능 출입시 참배를 하는곳입니다.
왕후의 능답게 곡장이 있고 난간석과 혼유석이 있습니다.
봉분 앞에 마치 상처럼 있는것이 상석, 즉 혼유석인데 잘 몰랐을때는 제사를 지낼때 제기나 음식을 올려놓는 곳인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혼유석이 바로 혼의 의자인줄 알고서는 저의 선입견에 대해 어이가 없었습니다. 혼이 바로 저기 혼유석에 앉아 저 아래 정자각에 찾아온 참배객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상석 아랫돌에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순릉의 석물들이 가을 단풍들과 참 잘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입구로 다시 나가는 길에 한컷. 보통 왕릉, 명당이란 지기(地氣)가 강한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왕릉에 들어서 능 쪽으로 가면 갈수록 핸드폰이 잘 연결되지 않습니다. 영릉과 순릉도 마찬가지이다. 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
입구로 나와 길을 건너 들어서면 공릉입니다. 공릉은 제8대 예종의 비 장순왕훙 한씨의 능입니다.
한명회는 첫째딸은 예종에게, 둘째딸은 자을신군, 즉 성종에게 시집을 보냈으니 두딸의 관계가 자매이자 시숙모와 조카며느리가 되는 기묘한 관계가 됩니다. 장순왕후는 1460년 세자빈에 책봉되었고 인성대군이 태어난 후 그 이듬해 사저에서 승하하였고 1472년 왕후로 추존 되었습니다.
공릉. 낙엽이 곱게 깔려 조즈넉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 한편의 동양화 같이 운치가 그만입니다.
참도가 북향하다가 꺾어져 굴절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조선왕릉중 유일한 예입니다.
능은 처음 세자빈 묘로 조영되었기에 병풍석과 난간석이 없고 망주석도 생략되었습니다.
공릉 홍살문 앞에서 . 아이의 마음에도 단풍잎 색깔처럼 곱게 물들어져 있기를 바래습니다.
낙엽과 나무 숲 사이에 보이는 아슬아슬한 능의 모습.
항상 사람들의 발에 시달려온 길의 아픔을 위로하듯 낙엽이 길을 덮어 주었습니다.
깊고 유장한 역사가 우리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에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것 처럼,
부모의 역할이란 사진의 낙엽들 처럼 저렇게 아이들의 배경이 되어주는것이 아닐까?
2005 . 11 . 12
금강안金剛眼
'가고싶은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 (0) | 2006.04.22 |
---|---|
[스크랩] "내 비록 천한 상궁이였으나.." 영휘원 (0) | 2006.04.22 |
[스크랩] 해남 윤씨 고택 `녹우당` - 고풍스런 멋과 향이 그윽한 곳 (0) | 2006.04.22 |
[스크랩] 여주 명성황후 생가와 기념관 (0) | 2006.04.22 |
[스크랩] 천 오백년전의 러브스토리 [도미전] (0) | 2006.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