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은 곳

순천 주암 비룡리 신기마을

바보처럼1 2006. 4. 23. 01:46
맵고 달콤한 비룡 신기마을에 다녀오다
고부간에 깐닥깐닥 고추농사 짓고, 솔밭에는 할아버지가 벌치고…
  조찬현(choch1104) 기자   
순천 주암 비룡리 신기마을 앞에는 맑은 개울물이 흐른다. 다리 아래에는 빨래터가 있다. 마을 아낙들의 수다 소리가 아른아른 들려오는 듯하다. 돌멩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속에는 송사리 떼가 오간다. 개울 풀밭에서 흑염소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 맑은 개울물이 흐르는 다리 아래에는 빨래터가 있다. 송사리 떼가 오가고, 흑염소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 조찬현
마을 고샅길은 돌담길이다. 낯선 인기척에 놀란 동네 개들이 일제히 짖어댄다. 빈 집터에는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주인은 오간 데 없고 비운 지 오랜 듯 지붕에는 풀이 돋았다. 텃밭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고추밭을 일구고 있다. 산도꾸라 부르는 농기구로 흙을 돋아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운다.

▲ 텃밭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고추밭을 일구고 있다.
ⓒ 조찬현
"손자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는 통 맘이 놓이질 안 해."

장부덕(70) 할머니는 하우스에 심어 놓은 고추모를 이곳에다 옮겨 심는다고 한다. "하우스에 고추 있소 잉~ 키워놓은 것을 여기다 갖다 꼽아! 여기 한나 여기 한나 이렇게 비닐 위에 심어갖고 또 말뚝을 시워. 희칸 줄로 째매. 이렇게 심어 놓고…." 할머니는 고추 심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 하우스에 심어 놓은 고추모
ⓒ 조찬현

▲ 여기 한나 여기 한나 이렇게 비닐위에 심어갖고 또 말뚝을 시워. 희칸 줄로 째매. 이렇게 심어 놓고...“ 할머니는 고추 심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 조찬현
"고부간에 사이가 좋아 보이네요"하자 웃으며 "어쩌꺼요? 깐닥깐닥 해야제. 놉도 없고, 놉 얻으면 밥 줘야지, 술 받아줘야지, 새꺼리 해 줘야지" 한다.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요즘은 농촌에 노인네만 살고 있어서 품앗이도 어렵다고 한다. "맨 늙은 사람만 살고…." 비룡마을에는 19가구 30명의 주민이 산다. 마을에는 며느리와 동서 외에는 젊은 사람이 없단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4명뿐이다. 슬기네 1명, 할머니네 3명이다. 갓난애는 보고 죽고 싶어도 없단다. "애기라고는 없어. 막내 손자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큰애들과 학교 끝나는 시간이 달라." 애가 탄다. 학교 갈 때는 학교에서 운행하는 차를 타는데 학교가 끝나고 나면 혼자라 기름값이 많이 든다고 안 태워 준단다. "내가 애 터져서 못 살겠어. 내가 죽겠어." 할머니는 일하다 말고 밭둑에 앉아 한숨이다.

▲ ”내가 애 터져서 못 살겠어. 내가 죽겠어.“ 할머니는 일하다 말고 밭둑에 앉아 한숨이다.
ⓒ 조찬현
비룡마을에서 주암초등학교까지는 걸어서 40분 정도 소요된다. 차로 이동하면 4~5분여. 손자는 오후 1시에 수업이 끝나면 형과 언니가 끝나는 오후 4시까지 마냥 기다린다. 할머니는 손자가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는 걱정으로 애간장이 녹는다. "통 맘이 놓이질 안 해. 차도 무섭고, 누가 애기 데려갈까 싶고, 마음이 불안해." 관계 기관에 전화를 해도 "한 명 때문에 차량 운행을 하면 국가적으로 손해다"는 말만 하고 가타부타 말이 없다고 한다.

꿀보다 달콤한 행복, 정씨의 벌 천지

온통 벌 천지다. 산자락 숲 속에는 수많은 벌통이 있다. 대나무 숲에서 '솨아아~' 바람이 인다. 벌들은 숲속을 부지런히 오간다. 제비꽃이 벌떼처럼 피었다. 망을 뒤집어쓴 사내가 산에서 내려온다. 벌을 치는 정한태(65)씨다. 손에는 연기를 뿜어대는 불통을 들고 있다. 불통의 불쏘시개는 쑥과 솔잎이다. 연기를 피울 때 불통의 주름 관을 반복적으로 누르면 바람이 발생한다. 벌은 연기를 쐬면 순간 마취가 된다.

▲ 온통 벌 천지다. 산자락 숲속에는 수많은 벌통이 있다.
ⓒ 조찬현
"건강해 보이시네요"하고 말을 건네자 "산에서 논께 건강해요. 이거 내가 여기서 10년 동안 벌을 길렀어요"하고 대답한다. 한봉을 주업으로 하는 정씨는 "나 묵을 식량만 농사짓고" 토종벌을 키운다고 한다. 벌을 키우는 일은 일손이 많이 간다. 하루에 한번은 벌통을 만져야 하기 때문이다.

벌들은 부지런히 오가며 꽃가루를 모아 벌집을 만든다. 그곳에 꿀을 모은다. 벌집이 커지면 하단에 벌통을 한단씩 쌓아간다. 벌집은 벌채라고 한다.

멍석 자투리를 돌멩이와 함께 소나무에 달아매 놓았다. 분봉 시 분가한 여왕벌은 이곳에 날아와 붙는다고 한다. 그러면 일벌이 다 모인다. 분봉은 1년에 한 번씩 한다. 벌통이 300여개 꿀 3.8~4kg에 2만 원이다. 정씨는 연 수입이 3천만 원이나 된다고 한다. 수입이 괜찮다고 하자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건강에 좋아 이 일을 한다고 한다. 벌을 키우다 보면 벌에 자주 쏘인다. 벌침이 신경통에 아주 좋다고 한다.

▲ 분봉을 위해 멍석 자투리를 돌멩이와 함께 소나무에 달아매 놓았다.
ⓒ 조찬현

▲ 사진을 찍자 “망 쓰고 이렇게 있는 모습을 보면 우습겠구만.” 하며 환하게 웃는다.
ⓒ 조찬현
슬하에 자녀는 6남매, 다 객지로 떠났다. "즈그덜 욕심이 있은께. 자기 새끼들 공부 시킬라고 그래."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안 내려온다고 한다. 사진을 찍자 "망 쓰고 이렇게 있는 모습을 보면 우습겠구만" 하며 환하게 웃는다.

볏짚으로 만든 뚜껑을 들어내고 벌통을 들어 올려봤다. 꽃가루로 지은 집이 제법 많이 내려왔다. 이렇게 되면 벌집을 한단 높여줘야 한다고 정씨는 말한다. 그렇게 한단 한단 쌓아 올린 게 많은 것은 1년이면 20단 정도 된다. 벌꿀 채취는 찬바람 이는 가을에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석 전에도 꿀을 딴다. 통을 이어주는 테이프를 뜯어내고 가는 철사로 줄을 만들어 꿀을 잘라낸다.

▲ 꽃가루로 지은 집이 제법 많이 내려왔다. 이렇게 되면 벌집을 한단 높여줘야 한다고 정씨는 말한다.
ⓒ 조찬현
벌통을 들어올리자 벌들은 웽웽 요동을 친다. 앗! 눈 밑이 따끔하다. 벌에 쏘였다. 갑작스런 벌의 공격에 당황해 하자 정씨는 "눈탱이 그렇게 쏜 거 굉장히 좋은 거여. 처음 쬐끔 아픈께 그러제. 막 달라 들어. 침이 빠져 분께 벌도 죽어버려"하며 망을 쓰라고 한다. 한 두 개씩 벌통 쌓는 작업을 했다. 이제부터 바빠진다. 여름까지 평균 3~4일에 한단씩 쌓는다고 한다.

정씨는 벌통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며 일을 한다. 꿀벌보다 더 부지런하다. "아저씨! 벌침 선물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하자 호탕하게 웃는다. 누군가 그랬다. 사람들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는 정씨의 웃음 속에는 달콤한 행복이 넘쳐흐른다.
이 기사는 시골아이 고향, U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2006-04-22 20:35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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