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한 용운...................나룻배와 행인

바보처럼1 2006. 5. 18. 02:09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읍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앝으나 급한 영루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명상>

 

 

아득한 명상의 작은 배는 가이 없이 출렁이는 달빛의 물결에 표류되어 멀고 먼 별나라를 넘고 또 넘어서,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이르렀읍니다.

이 나라에는 어린 아기의 미소와 봄 아침과 바다소리가 합하여 사람이 되었읍니다.

이 나라 사람은 옥새의 귀한 줄도 모르고, 황금을 밟고 다니고, 미인의 청춘을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이 나라 사람은 웃음을 좋아하고, 푸른 하늘을 좋아합니다.

명상의 배를 이 나라의 궁전에 매었더니, 이 나라 사람들은 나의 손을 잡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임이 오시면 그의 가슴에 천국을 꾸리려고 돌아왔읍니다.

달빛의 물결은 휜구름을 머리에 이고 춤추는 어린풀의 장단을 맞추어 우쭐거립니다.

 

*주제는 숭고한 자연미화 인간에 대한 무상감.

1행에서 명상에 잠긴 시인은 6행에서 그 아름다움을 물리치고 조국을 위해 현실로 돌아온다

7행은 명상을 끝낸 상태.

 

 

<타고르의 시<Gardenisto>를 읽고>

 

벗이여,나의 벗이여!  애인의 무덤 위에 피어 있는 꽃처럼 나를 울리는 벗이여!

작은 새의 자취도 없는 사막의 밤에 문득 만난 님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벗이여!

그대는 옛 무덤을 깨치고 하늘까지 사무치는 백골(白骨)의 향기입니다.

그대는 화환을 만들려고 떨어진 꽃을 줍다가 다른가지에 걸려서 주운 꽃을 헤치고 부르는 절망인 희망의 노래입니다.

 

벗이여, 깨어진 사랑에 우는 벗이여!

눈물이 능히 떨어진 꽃을 옛 가지에 도로 피게 할 수는 없읍니다.

눈물을 떨어진 꽃에 뿌리지 말고,꽃나무 밑의 티끌에 뿌리세요.

 

벗이여, 나의 벗이여!

죽음의 향기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백골의 입술에 입맞출 수는 없읍니다.

그의 무덤을 황금의 노래로 그물치지 마세요. 무덤 위에 피 묻은 깃대를 세우세요.

그러나 죽은 대지가 시인의 노래를 거쳐서 움직이는 것을 봄바람은 말합니다.

 

벗이여! 부끄럽습니다. 나는 그대의 노래를 들을 때에 어떻게 부끄럽고 떨리는지 모르겠읍니다.

그것은 내가 나의 님을 떠나서 홀로 그 노래를 듣는 까닭입니다.

 

*타고르의 대표작<동산지기>를 읽고 나서 쓴 시

 

 

 

<비밀>

 

비밀입니까 비밀이라니요 나에게 무슨 비밀이 있겠읍니까

나는 당신에게 대하여 비밀을 지키려고 하였읍니다마는 비밀은

조금도 지켜지지 아니하였읍니다.

나의 비밀은 눈물을 거쳐서 당신의 시각으로 들어갔읍니다.

나의 비밀은 한숨을 거쳐서 당신의 청각으로 들어갔읍니다.

그 밖으 비밀은 한 족각 붉은 마음이 되어서 당신의 꿈으로 들어갔읍니다.

그리고 마지막 비밀은 하나 있읍니다.

그러나 그 비밀은 소리 없는 메아리와 같아서 표현할 수가 없읍니다.

 

*조국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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