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개구리를 찾아서

바보처럼1 2006. 5. 29. 23:49
멸종위기로 내몰린 이 땅의 개구리를 찾아서
8271 | 2006-05-02 추천 : 0 | 조회 : 58
갹갹갹” “괘액~괘액” “뽀그라락, 뽀라락.” 월악산 산중마을에 울려 퍼지는 개구리 소리다. 오랜만에 나는 산골 민박집 창문을 열어놓고 먼 유년의 추억으로부터 들려오는 듯한 개구리 소리에 취했다. 갹갹갹갹, 우는 녀석은 필경 청개구리요, 괘액~괘액, 우는 녀석은 보나마나 산개구리이며, 뽀라락거리는 녀석은
참개구리일 것이다.

본래 청개구리 울음은 좋게 말해 경쾌하고 나쁘게 말해 방정맞으며, 산개구리는 중저음의 분위기 있는 울음이지만 때때로 궁상맞고, 참개구리는 마치 ‘뽀드득’ 소리를 듣는 듯 상쾌하면서도 때로 볼멘소리처럼 들린다. 무공해
산골에서 듣는 봄밤의 개구리 소리. 이제 서울이나 웬만한 도심에서는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요,
추억의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 신문과 방송에서는 일제히 ‘서울 남산에 다시 개구리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반갑게 전한 적이 있다. 남산 남서쪽 계곡에서 50~60개의 개구리알 덩어리와 도롱뇽알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뒤 이곳의 개구리알과 도롱뇽알은 한두 덩어리씩 없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보초병까지 세워 개구리알 보호에 나서는 촌극이 벌어졌다. 보신을 위해 개구리가 수난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개구리알까지 수난을 당하는 현실에 그저 씁쓸하고
한심할 따름이다.

사실 남산에 개구리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온갖 대기오염과 공해, 수질오염과 사람들의 남획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남산의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성체로 탈바꿈 중인 청개구리 어린 개체.
무당개구리. 울음 주머니를 한껏 부풀리고
있는 청개구리(윗쪽부터)
많은 생태환경론자들은 개구리를 생태계 건강성의 척도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학자들은 너나없이 개구리가
멸종한다면, 인류도 멸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개구리가 살 수 없는 환경은 사람도 살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개구리는 최근의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른 서식처
잠식과 대기오염, 농약과 농공생활오폐수에 따른 수질오염, 개발로 인한 먹이사슬의 파괴 등으로 그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20년 동안 우리나라 토종
개구리는 그 개체수가 3분의 2나 줄어들었으며, 일부
산개구리 종과 두꺼비, 맹꽁이 등은 거의 멸종했거나 멸종
위기에 내몰린 상태이다.

어쩌면 현대문명의 최대 피해자가 개구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극심한 위기 상태에 내몰린 개구리는 현재
비교적 오염되지 않은 전국의 하천과 계곡, 저수지와 늪,
무논을 서식처로 삼아 힘겨운 삶을 연명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가장 흔하게 분포하는 개구리는
단연 청개구리다. 산과 들의 풀이나 나무 위에서 사는
청개구리는 오염되지 않은 무논이나 물웅덩이에 5~6월쯤
알을 낳는데, 무논에서 시끄럽게 들리는 개구리 소리는
대부분 청개구리 소리로 보면 틀림이 없다. 청개구리의
특징은 등 빛깔에 있다. 대체로 등 빛깔은 나뭇잎과 같은
초록색이지만, 주변 상황에 따라 누런빛을 띠기도 하며
회색이나 갈색을 띠기도 한다.

참개구리는 그동안 청개구리와 더불어 전국의 무논이나
연못, 습지 등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었던
개구리였지만, 현재 가장 빠르게 서식처를 잃어가는 개구리이기도 하다. 참개구리 암컷은 연미색에 검은 예비군복
무늬가 있으며, 수컷은 황갈색 몸에 녹황색 등줄을 가지고
있다. 알은 4~5월 무논이나 연못 등에 낳는데, 올챙이가 다 자라서 알을 낳기까지는 3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
개구리에게 3년이란 세월은 인간의 30년만큼이나 긴
세월이다.

산개구리는 사람들의 겨울 보신용으로 가장 많이 남획되는 개구리로 통한다. 실제로 산개구리의 서식처로 알려진
오대산과 설악산, 지리산 계곡 일대와 정선의 단임골, 인제의 방태천, 울진의 왕피천, 양산의 천성산 일대는 겨울이면
개구리 밀렵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산의
계곡이나 하천의 상류에 서식하는 산개구리는 갈색의 몸에 짙은 흑갈색 무늬가 불규칙하게 그려져 있으며, 고막 부분의 가장자리를 검은색 무늬가 뒤덮고 있다.
독이 있는 개구리도 있다. 무당개구리와 옴개구리가 대표적인 독개구리다.
무당개구리는 녹색 등에 불규칙한 검은색 무늬가 있고, 배는 황적색을 띤다.
산중 계곡이나 오염원이 없는 맑은 연못에 살며, 다른 개구리와 마찬가지로
5~6월에 알을 낳는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이나 적이 나타날 경우
발랑 드러누워 배의 붉은색을 드러내 보이며 경계심을
표출한다는 것이다. 거칠거칠하고 오돌도톨한 피부에서
흰색 독액이 분비되므로 만지거나 먹는 것은 금물이다.

옴개구리도 피부가 오돌도톨한 편인데, 등은 검은색이고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역시 독을 가지고
있으며, 4~5월 알을 낳지만 올챙이는 수중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개구리로 탈바꿈한다.

현재 가장 보기 힘든 개구리는 한국특산종인 금개구리다.
멸종위기종이기도 한 금개구리는 태안의 신두리 사구 습지와 광명의
안터 저수지, 서울의 진관내동 습지 등에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귀한 개구리다.

본래 무논 옆의 웅덩이나 습지에 분포하는 금개구리는 눈에서 꼬리 부분까지 양옆으로 황금색 줄이 나 있고, 눈동자 또한 금가루를 뿌린 듯 아름답다. 5~6월에 알을 낳으며, 울음소리는 ‘휘리릭, 휘리릭’ 휘파람 소리를 내는 것 같다. 과거 농촌에서는 닭 사료용으로 쓸 정도로 흔했으나, 지금은 언제 멸종할지 모르는 신세가 되었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개구리 서식처는 광명의 안터 저수지와 태안의 신두리 사구 습지를 꼽을 수 있다. 두 곳 다
금개구리를 볼 수 있기 때문이지만, 안터 저수지는 참개구리 서식처로도 알려져 있다. 서울의 진관내동 습지도
금개구리를 비롯해 맹꽁이가 서식하는 곳이지만 도심에 인접해 있어 계속해서 개구리 서식처 노릇을 해줄지는
의문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포천 광덕산과 백운산 계곡 또한 참개구리와 산개구리를 비롯한 물두꺼비 서식처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 주변 개발로 인한 서식처 파괴와 보신용 남획으로 인해 그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포늪도 대표적인 개구리 서식처로 알려져 있지만, 황소개구리의 출현과 관광객 증가로 개구리는 날로 개체수가 줄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오대산을 비롯해 산개구리가 많은 산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피부로 호흡을 하는 개구리로서는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피부로 오염물질을 빨아들이고 나면 곧바로 몸 속이 오염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무분별한 화학비료와 농약의 남용, 하천으로 내보내는 생활오폐수는 직접적으로 개구리의 생태에 영향을 미친다. 계곡이나 강, 무논을 가로지르는 도로도 개구리의 이동통로를 막는
노릇을 하며, 강에 건설된 댐도 개구리의 서식처인 지천과 계곡을 망가뜨리는 노릇을 한다. 이는 모두 사람이
저지른 환경파괴인 셈이다.

사람이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지금보다 좀더 편리하게 잘살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잘사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제는 곰곰 생각해 볼 때이다.

글·이용한 시인 │ 사진·심병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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