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스크랩] 세계적인 독수리왕국, 한반도

바보처럼1 2006. 5. 30. 00:06
화 <반지의 제왕>에서 우리는 거대한 독수리가 사람을 태우고 날개를 휘저으며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독수리가 실재했었다는 영국의 <더 타임스> 보도를 국내 인터넷 팝뉴스
가 재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영화의 촬영지였던 뉴질랜드에 과거 무게가 최대 15킬로그램, 날개가 3미터에 이르는 하스트 독수리가 하늘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질랜드에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독수리의 서식지가 위협받기 시작하였고, 결국 500여 년 전 멸종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흥미로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수리는 ‘하늘의 제왕’으로 통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신이 지상으로 내려올 때 독수리로 변신하는 것이나 힌두교에서 비쉬누 신이 ‘가루다’라는 독수리를 타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독수리에 대한 신성한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독수리에 대한 이런 관념은 국가와 권력의 상징으로도 나타나는데, 옛날 로마제국의 문양과 잉카제국의 문양이 그러하며, 러시아나 미국의 독수리 문장도 다르지 않다. 독수리를 통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신성성과 권위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이토록 신성한 권위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던 독수리는 현재 지구상을 통틀어 3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토록 신성하게 떠받들던 인간에 의해 독수리는 오늘날 멸종 위기에 처하고 만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의 수는 약 1200여 마리 정도. 1990년대 초에 비해 열 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세계적으로도 희귀종으로 꼽히는 독수리가 이렇게 많이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독수리의 서식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의 고향은 몽골이다. 녀석들은 몽골 초원에서 활동하다 날씨가 추워지는 10월 말쯤 우리나라를 찾아와 겨울을 나고 3월 말쯤 다시 몽골로 돌아간다. 독수리가 찾는 지역은 경기도 파주 적성면 마지리, 군내면 대성동, 비무장지대인 장단반도와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현리, 고성군 대가면 송계리 등이다.
이 중 독수리의 60~70%가 비무장지대인 장단반도 인근에서 월동을 하며, 마을로는 양구군 방산면 현리 선안골에 가장 많은 약 300여 마리가 찾아와 겨울을 난다. 해마다 독수리가 찾아와 월동하면서 양구군 방산면 현리는 독수리마을이란 이름도 새로 얻었다.

현리가 독수리마을이 된 데에는 마을 주민의 힘도 컸다. 현리에 독수리가 날아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 말이다. 조류보호협회 회원들과 주민들은 독수리보호협회(회장 박성렬)를 꾸려 독수리 보호와 함께 먹이주기(돼지비계와 소 지방) 행사를 주기적으로 벌였다. 뿐만 아니라 탈진한 독수리를 거두어 따로 먹이를 주며 보살피기도 했다. 그 결과 처음 30여 마리에 불과했던 독수리는 해마다 수를 늘려 올해는 약 300여 마리가 현리를 찾게 되었다. 하여 이즈음 현리를 찾는다면 들판에 새까맣게 내려앉은 독수리 떼와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독수리는 황새목 수리과(독수리, 검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에 드는 새로 수리의 대표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처의 파괴 등으로 독수리는 오늘날 절멸될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독수리도 그 옛날 ‘하늘의 제왕’이라는 권위는 온데 간데 없고, 세계적인 서식처 파괴로 인해 썩은 고기를 찾아다니는 불쌍한 자연의 청소부로 전락하고 말았다.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먹잇감을 잡아채고 뾰죽한 부리로 질긴 거죽을 찢어발기던 야성도 잃고 이제는 까마귀나 까치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는 몸길이가 대체로 1미터가 넘고, 편 날개의 길이도 2.5미터가 넘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새가 해마다 먹잇감을 구하지 못해 굶어죽거나 탈진해 죽어가고 있는 것이 자연계의 현실이다.

오늘날 독수리는 ‘청소부’라는 별명을 얻어 살아가고 있지만, 본래부터 독수리가 썩은 고기만을 먹고, 사람이 먹이를 주지 않으면 굶어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맹금류인 독수리는 인간의 4배 시력을 가지고 있으며, 높은 하늘에서도 수백 헥타르의 면적 속에서 작은 들쥐 한 마리를 포착해낼 정도로 타고난 사냥꾼이었다. 원시적인 독수리는 갈고리 같은 날카로운 부리와 톱날 같은 발톱으로 야생의 노루나 들소까지 사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냥술과 사냥하기에 맞춤한 신체구조는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쓸모없는 기술이요, 거추장스런 몸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렇게 사냥할만한 동물과 사냥터도 없을뿐더러 이제는 사람이 던져주는 돼지비계 덩어리도 그저 고마울 따름인 것이다. 하여 이제는 가장 착한 맹금류, 가장 바보 같은 맹금류가 돼버린 것이다.

독수리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몽골과 인도, 중국, 티베트, 러시아, 유럽 등에 널리 분포하는데, 그 중에 상당수가 우리나라를 월동지(번식은 몽골에서 한다)로 삼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에 자랑할만한 ‘독수리 왕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독수리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독수리가 사체를 먹는 새이기 때문에 불결하고, 조류독감이나 치명적인 병원균을 옮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인간들이 그들의 서식처를 충분히 망가뜨려 놓았고, 생태계의 먹잇감을 다 몰아내고 야생성을 짓밟았으며, 끊임없이 그들을 절멸의 위기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독수리가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이 땅이 그럭저럭 살만한 땅이라는 것이니, 우리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해야 한다.
인간만이 이 자연계의 주인이란 생각이 이미 이 자연계를 엉망으로 망쳐놓았고, 진창으로 짓이겨버렸다. 오늘날 자연은 소리 없이, 그러나 절박하게 인간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조류독감이란 것도, 엄청난 해일과 자연재해도 자연계의 섭리를 거스른 인간에게 보내는 자연의 엄중한 경고라는 것을 뼈아프게 우리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글 · 이용한 시인 | 사진 · 심병우 사진가

출처 : 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
글쓴이 : dall-le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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