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배>
니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다 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시 문학창간호(1936.3)수록. 일제시대의 우울한 심정을 첫째 줄처럼 표현하고 있다.
글자를 띄어 쓴 것은 강조를 위해서.
*주제는 국토를 빼앗긴 슬픔
*물어린 눈: 눈물이 괸 눈
*희살짓는다: 험한 일이 그대로 계속된다.
<눈은 내리네>
이 겨울의 아침을
눈은 내리네
저 눈은 너무 희고
저 눈의 소리 또한 그윽하므로
내 이마를 숙이고 빌까 하노라
임이여 설운 빛이
그대의 입술을 물들이나니
그대 또한 저 눈을 사랑하는가
눈은 내리어
우리 함께 빌 때러라.
<어디로>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쉬임없이 궂은 비는 내려오고
지나간 날 괴로움의 쓰린 기억
내게 어둔 구름 되어 덮이는데.
바라지 않으리라던 새론 희망
생각지 않으리라던 그대 생각
번개같이 어둠을 깨친다마는
그대는 닿을 길 없이 높은 데 계시오니
아-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떠나가는 배>와 마찬가지 발상에서 이루어진 시.
*주제는 망국민의 방랑과 설움
<이대로 가랴마는>
설만들 이대로 가기야 하랴마는
이대로 간단들 못 간다 하랴마는
바람도 없이 고이 떨어지는 꽃잎같이
파란 하늘에 사라져 버리는 구름쪽같이
조그만 열로 지금 수떠리는 피가 멈추고
가는 숨길이 여기서 끝맺는다면
아- 얇은 빛 들어오는 영창 아래서 차마 흐르지 못하는
눈물이 온 가슴에 젖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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