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2.순수시와 주지시의 풍토, 박 용철.......... 떠나가는 배

바보처럼1 2006. 5. 30. 21:59

<떠나가는 배>

 

니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다 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시 문학창간호(1936.3)수록. 일제시대의 우울한 심정을 첫째 줄처럼 표현하고 있다.

글자를 띄어 쓴 것은 강조를 위해서.

*주제는 국토를 빼앗긴 슬픔

*물어린 눈: 눈물이 괸 눈

*희살짓는다: 험한 일이 그대로 계속된다.

 

 

<눈은 내리네>

 

이 겨울의 아침을

눈은 내리네

 

저 눈은 너무 희고

저 눈의 소리 또한 그윽하므로

 

내 이마를 숙이고 빌까 하노라

임이여 설운 빛이

그대의 입술을 물들이나니

그대 또한 저 눈을 사랑하는가

 

눈은 내리어

우리 함께 빌 때러라.

 

 

<어디로>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쉬임없이 궂은 비는 내려오고

지나간 날 괴로움의 쓰린 기억

내게 어둔 구름 되어 덮이는데.

 

바라지 않으리라던 새론 희망

생각지 않으리라던 그대 생각

번개같이 어둠을 깨친다마는

그대는 닿을 길 없이 높은 데 계시오니

 

아-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떠나가는 배>와 마찬가지 발상에서 이루어진 시.

*주제는 망국민의 방랑과 설움

 

 

<이대로 가랴마는>

 

설만들 이대로 가기야 하랴마는

이대로 간단들 못 간다 하랴마는

 

바람도 없이 고이 떨어지는 꽃잎같이

파란 하늘에 사라져 버리는 구름쪽같이

 

조그만 열로 지금 수떠리는 피가 멈추고

가는 숨길이 여기서 끝맺는다면

 

아- 얇은 빛 들어오는 영창 아래서 차마 흐르지 못하는

     눈물이 온 가슴에 젖어 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