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지킴이

[스크랩] 嶺南의 茶人 함허다례원 김명자 원장

바보처럼1 2006. 6. 2. 23:52

차분한 조선여인을 생각하면 김명자 원장(여, 48세. 김해시 홍동 청호그린아파트 102-702)의 모습을 그 안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오랫동안 예절을 지키며 다소곳하게 다례를 행해오던 마음이 이제는 몸에 배어있어 오랜 시간 한점 흐트러짐이 없이 행다례(行茶禮)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천성 조선의 여인이다.’라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한 주발의 차는 한 조각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
한 조각 마음이 한 주발의 차에 있나니
마땅히 한 주발의 차를 맛보소서.
한번 맛보면 응당 한량없는 즐거움이 생기리.

이 차시를 지은 고려시대 함허(涵虛·1376~1433) 화상의 이름은 기화(己和)요, 호는 득통이다. 옛 이름이 수이(守伊)요, 호는 무준(無準)이며 계시던 방은 함허당이라 하였다. 속성은 유(劉)씨이며 남원에서 출생했다. 아버지의 이름은 청(聽)이며 벼슬은 전객시사(典客侍事)를 지냈고, 어머니는 방(方)씨였다. 그의 나이 12세 때 동문수학하던 벗이 요사하는 것을 보고 슬피 울다가 세상살이의 무상함을 깨닫고 출가할 뜻을 세웠다. 21세에 출가할 뜻을 내어 의상암(義相庵)에서 같은 해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 수많은 행적으로 유명한 함허스님은 말년에 공덕산(孔德山 大乘寺), 운악산(雲岳山 縣燈寺) 등의 여러 산을 편력한 뒤 1431년(56세) 가을, 영남의 희양산 봉암사(鳳岩寺)에 돌아가 허물어진 절을 수리하고 들어앉아 조용히 지내다가 세종 15년(1338) 4월 1일에,

떠남에 다다라 눈을 들어 바라보니 시방세계가 푸른 허공이다.
그 가운데는 아무런 길도 없고 바로 서방의 극락세계로다.

라는 임종송(頌)을 마치고 곧 떠나시니 세수는 58세요, 법랍은 38세였다. 열반 소식을 들은 효령(孝寧)대군이 세종께 알려 강화 정수사·현등사·봉암사·연봉사(烟峯寺) 등 네 곳에 부도를 세우고, 사리(舍利)를 모시게 하였다. 목이 마르면 차를 마셨다는 함허스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함허다례원」이라 이름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김명자 원장의 차 사랑을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20세 후반부터 원래 꽃꽂이를 전문으로 했어요. 그러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여기다가 차를 합하면 무엇인가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삼우당이라는 호를 사용하기도 했고요.” 꽃과, 차, 그리고 그림. 이 모든 것이 하나로만 어우러진다면 완벽한 아름다운 절개와 지조, 예절을 갖춘 조선 여인이 생각나는 것도 부족한 기자의 편협한 사고 때문인가는 모른다. 하지만 김명자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다도대학을 나와 다인으로 살아가면서 30여명의 원생들에게 다례를 지도하고 있는 김명자 원장은 늘 바쁘다. 일년이면 30~40회의 다례 행사를 갖는다고 하니 언제나 차에 젖어있지 않으면 그 생활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밖에는 볼 수 없겠다. “다례를 행하다가 보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번뇌를 놓게 되고, 탐욕을 놓고 되고, 그러다가 보면 모든 것을 다 비우게 되죠.” 선문답 같은 이야기를 단숨에 이해를 하지는 못하지만 1시간 넘게 뙤약볕 아래서 행다례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말뜻을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한 잔의 차를 올리기 위해 밤새 길을 달려와 길도 없는 산비탈을 오르고, 그 시간에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예불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아침부터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한점 흐트러짐이 없이 무릎을 꿇고 앉아 다례를 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다인이 무엇인가를 느낀다. “저는 다례에 사용하는 꽃 한 가지라도 직접 구해서 저희가 마음을 다해 꽃꽂이를 해 바칩니다. 그것이 나를 모두 드리는 행다례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참 어렵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그 차분한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향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앞에 놓고 나 스스로 모든 것을 무너트리고 비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5월 4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차인들 천명이 모여 차인대회를 엽니다. 그 날 오세요. 정말 맛있는 차를 드릴게요.” 차향에 취한 혼미한 정신을 깨운다. “그리고 6월 중에는 코엑스에서 김해 장군차 홍보를 위해 현장에 나가서 다례 시범을 보일 거예요. 그 때도 꼭 오세요.” 언제나 얌전하기 그지없던 여인이 차 이야기가 나오자 활기가 돈다. 한 모금 비소로 대답을 대신할 수 있는 것도 벌써 나 또한 다향에 취해버렸기 때문인가 보다.
출처 : 하늘을 보세요. 그 곳에 꿈이 ~
글쓴이 : 늪바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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