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아 침.............이 상

바보처럼1 2006. 8. 1. 20:37

<아 침>

 

캄캄한 공기를 마시면 폐에 해롭다. 폐벽(肺壁)에

그을음이 앉는다.밤새도록 나는 몸살을 앓는다.

밤은 참 많기도 하더라. 실어 내가기도 하고 실어 들여

오기도 하다가 잊어 버리고 새벽이 된다.폐에도 아침이

켜진다. 밤 사이에 무엇이 없어졌나 살펴본다. 습관이

도로 와 있다. 다만 내 치사(侈奢)한 책이 여러 장 찢겼다.

초췌한 결론 위에 아침 햇살이 자세히 적힌다. 영원히 그

코 없는 밤은 오지 않을 듯이.

 

 

<시제 9호(총구)>

 

 매일같이열풍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빅한손이

와닿는다. 황홀한지문(指紋)골짜기로땀내가스며드

자마자쏘아라. 쏘으리로다. 나는 내소화기관에묵직

한총신을느끼고내다물은 입에매끈매끈한총구를 느

낀다.그리더니나는총쏘으드키눈을감으며한방총탄대

신에나는참나의입으로무엇을내어배앝았더냐.

 

 

<시제 10호(나비)>

 

찢어진벽지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 그것은유계

(幽界)에낙역(絡繹)되는비밀한통화구다. 어느날겨울

가운데의수염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 날개축쳐어진

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 통확를

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드키

나비도날아가리라. 이런말이결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

않게한다.

 

 

<선에 관한 각서(3)>

 

 

     1    2   3

1    .    .    .

2    .    .    .

3    .    .    .

     3    2   1

3    .    .    .

2    .    .    .

1    .    .    .

   그러므로 npn=n(n-1)(n-2)........(n-n+1)

(뇌수(腦髓)는 부채와 같이 원에까지 전개되었다.

그리고 완적히 회전하였다.)

 

 

<명 경(明鏡)>

 

여기 한 페이지 거울이 있으니

잊은 계절에서는

얹은 머리가 폭포처럼 내리우고

울어도 젖지 않고

맞대고 웃어도 휘지 않고

장미처럼 착착 접힌

들여다 보아도 들여다 보아도

조용한 세상이 맑기만 하고

코로는 피로한 향기가 오지 않는다.

만적만적하는 대로 수심(愁心)이 평행하는

부러 그러는 것 같은 거절

우편으로 옮겨 앉은 심장일망정 고동이

없으란 법 없으니

설마 그러랴? 어디 촉진(觸診)......하고 손이 갈때

  지문이 지문을 가로막으며

선뜩하는 차단뿐이다.

 

5월이면 하루 한 번이고

열 번이고 외출하고 싶어하더니

나갔던 길에 안 돌아오는 수도 있는 법

 

거울이 책장 같으면 한 장 넘겨서

맞섰던 계절을 만나련만

여기 있는 한 페이지

거울은 페이지의 그냥 표지--

 

 

<이런 시>

 

역사를 하느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꺼집어 내어 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선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

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 길가더라.

 그 날 밤에 한 소나기하였으니, 필시 그들이 깨

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틋날 가 보니까 변괴(變

怪)로다, 간데온데 없더라.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 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럼이 쳐다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 버리고 싶더라.

 

 

<화 로>

 

 방거죽에극한(極寒)이와닿았다. 극한이방속을넘

본다. 방안은 견딘다.  나는 독서의뜻과함께힘이든

다. 화로를 꽉쥐고집의집중을 잡아당기면유리창이움

푹해지면서극한이혹처럼방을누린다. 참다못하여화

로는식고차갑기때문에나는적당스러운방안에서쩔쩔

맨다. 어느바다에조수가이나보다. 잘다져진방바닥

에서어머니가생기고어머니는내아픈데에서화로를떼

어가지고부엌으로나가신다. 나는겨우폭동을기억하

는데내게서는억지로가지가돋는다. 두팔을벌리고유

리창을가로막으면빨래방망이가내등의더러운의상을

뚜들긴다. 그한을걸커미는어머니---기적이다. 기침약

처럼따끈따끈한화로를한아름담아가지고내체온위에

올라서면독서는겁이나서곤두박질을친다.

 

청령(蜻蛉:잠자리)

 

건드리면손끝에묻을듯이빨간봉선화

너우너울하마날아오를듯하얀봉선화

그리고어느틈엔가남으로고개를돌리는듯한일편단심의해바라기--

이런꽃으로꾸며졌다는고호의무덤은참얼마나미(美)로울까.

산은맑은날바라보아도

늦은봄비에젖은듯보얗습니다.

 

포플라는마음의지표(指標)와도같이

실바람도그뽑일듯한헌출한키를

포물선으로굽혀가면서진공과같이마알간대기속에서원경(遠景)을축소하고있읍니다.

몸과나래도가벼운듯이잠자리가활동입니다.

헌데그것은과연날고있는걸까요.

흡사진공속에서라도날을법한데

혹누가눈에보이지않는줄을이리저리당기는것이나아니겠나요.

 

파 첩(破帖)

 

                            1

우아한 여적(女賊)이 내 뒤를 밟는다고 상상하라

내 문 빗장을 내가 지르는 소리는 내 심두(心頭)의 동결(凍結)하는 녹음이거나 그 "겹"이거나.....

-----무정하구나-----

등불이 침침하니까 여적 유백(乳白)의 나체가 참 매력있는 오예(汚穢)가 아니면 건정(乾淨)이다

 

                          2

시가전이 끝난 도시 보도(步道)에 "마(麻)"가 어지럽다

 

당도(黨道)의 명을 받들고 월광이 이 "마" 어지러운 위에 먹을 즐느니라

(색이여 보호색이거라) 나는 이런 일을 흉내내어 껄껄껄

 

                          3

인민이 퍽 죽은 모양인데 거의 망해(亡骸)를 남기지 않았다 처참한 포화가 은근히 온기(溫氣)를 부른다

  그런 다음에는 세상 것이 발아(發芽)치 않는다 그러고 야음(夜陰)이 계속된다

후()는 드디어 깊은 수면에 빠졌다 공기는 유백으로 화장되고

나는?

사랑의 시체를 밟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피부면에 털이 솟았다 멀리 내 뒤에서 내 독서 소리가 들려왔다

 

                     4

 이 수도의 폐허에 왜 체신(遞信)이 있나

응?(조용합시다 할머니의 하문(下門)입니다)

 

                    5

시트 위에 내 희박한 윤곽이 찍혔다 이런 두개골에는 해부도가 참가하지 않는다

내 정면은 가을이다 단풍 근방에 투명한 홍수가 침전한 나

수면 뒤에는 손가락 끝이 농황(濃黃)의 소변으로 차갑더니 기어 방울이 져서 떨어졌다.

 

                        6

건너다 보이는 2층에서 대륙 계집이 들창을 닫아버린다 닫기 전에 침을 배앝았다

마치 내게 사격하듯이.....

실내에 전개될 생각하고 나는 질투한다 상기한 사지를 벽에 기대어 그 침을 들여다보면 음란한 외국어가

 하고 많은 세균처럼 꿈틀거린다

나는 홀로 규방(閨房)에 병신(病身)을 기른다 병신은 가끔 질식하고 혈순(血循)이 여기저기서 망설거린다

 

                       7

단추를 감춘다 남 보는 데서 "사인"을 하지 말고..... 어디 어디 암살이 부엉이처럼 드새는지--- 누구든 지모른다

 

                       8

.....보도 "마이크로폰"은 마지막 발전을 마쳤다

야음을 발굴하는 월광---

사체(死體)는 잃어 버린 체온보다 월씬 차다 회신(灰燼) 위에 서리가 내렸건만.....

 

별안간 파상(波狀) 철판이 넘어졌다 완고한 음향에는 여운도 없다

그 밑에서 늙은 의원(議員)과 늙은 교수가 번차례로 강연한다

"무엇이 무엇과 와야만 되느냐"

이들의 상판은 개개(個個) 이들의 선배 상판을 닮았다

오유(烏有)되 역 구내에 화물차가 우뚝하다 향하고 있다

 

                     9

상장(喪章)을 붙인 암호인가 전류 위에 올라앉아서 사멸의 "가나안" 지시한다.

도시의 붕락(崩落)은 아아 풍설보다 빠르다

 

                         10

시청은 법정(法典)을 감추고 사란한 처분을 거절하였다

"콩크리트" 전원에는 초근 목피(草根木皮)도 없다 물체의 음영(陰影)에 생리가 없다

---고독한 기술사 "카인"은 도시 과문에서 인력거를 내리고 항용 이 거리를 완보(緩步)하리라

 

 

오감도(烏瞰圖)

 

시 제 1호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 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는 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의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시 제2호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

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

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

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

되니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

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

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

것이냐.

 

 

시 제 3호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또싸움

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기도하니까싸

움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

니하던사람이싸움하는것을구경하든지싸움하지아니

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던

사람이나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는

것을구경하든지하였으면그만이다.

 

시 제4호

환자의 容態에 관한 문제

(아래 숫자는 좌우로 뒤집혀야한다)

 

1 1 1 1 1 1 1 1 1 1 .

2 2 2 2 2 2 2 2 2 . 1

3 3 3 3 3 3 3 3 . 2 2

4 4 4 4 4 4 4 . 3 3 3

5 5 5 5 5 5 . 4 4 4 4

6 6 6 6 6 . 5 5 5 5 5

7 7 7 7 .6 6 6 6 6 6

8 8 8 .7 7 7 7 7 7 7

9 9 . 8 8 8 8 8 8 8 8

0 .9 9 9 9 9 9 9 9 9

. 0 0 0 0 0 0 0 0 0 0

 

                 진단 0,1

                 26.10.1931

                    以上 責任醫師  李 箱

 

 

시 제 12호

때묻은빨래조각이한뭉테이공중으로날아떨어진다.

그것은흰비둘기의떼다. 이손바닥만한한조각하늘저

편에전쟁이끝나고평화가왔다는선전이다. 한무더기

비둘기떼가깃에묻은때를씻는다. 이손바닥만한하늘

이편에방맹이로흰비둘기의떼를때려죽이는불결한전

쟁이시작된다. 공기에숯검정이가지저분하게묻으면

흰비둘기의떼는또한번이손바닥만힌하늘저편으로날

아간다.

 

*평화 애호 사상을 노래한 시

*주제는 비둘기 학살자에 대한 준열한 고발

*빨래조각; 강화 조약

*숯검정이: 선전 포고

 

시 제15호(4)

내가결석한나의꿈. 내위조(僞造)가등장하지않는내

거울. 무능이라도좋은나의고독의갈망자다. 나는드

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

나는그에게시야도없는들창을가르치었다. 그들창은

자살만을위한창들이다. 그러나내가자살하지아니하

면그가자살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 거울속의

나는不死鳥에가깝다.

 

 

정 식(正式)(4)

 

너는누구냐그러나門밖에와서門을뚜드리며門을열라

고외치니나를찾는일심이아니고또내가너를도무지모

른다고한들난느차마그대로내어버려둘수는없어서門

을열어주려하나門은안으로만고리가걸린것이아니라

밖으로도너는모르게잠겨있으니안에서만열어주면무

엇하느냐너는누구기에구태여닫힌門앞에탄생하였느

 

*카톨릭 청년23호(1935.4)수록 

*너; 인간 존재

*문: 무한성을 지니지 못한 인간 존재의 한계성

 

 

 꽃나무
 
                       - 이상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거울

                   - 이상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 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오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하는구료만은
거울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만은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목할께요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요만은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회한의 장(章)

                       - 이상


가장 무력한 사내가 되기 위해 나는 얼금뱅이었다.
세상에 한 여성조차 나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나의 나태는 안심이다.

양팔을 자르고 나의 직무를 회피한다.
이제는 나에게 일을 하라는 자는 없다.
내가 무서워하는 지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
세상에 대한 사표 쓰기란 더욱 무거운 짐이다.
나는 나의 문자들을 가둬 버렸다.
도서관에서 온 소환장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

나는 이젠 세상에 맞지 않는 옷이다.
봉분보다도 나의 의무는 적다.
나에겐 그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 고통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나는 아무 때문도 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에게도 또한 보이지 않을 게다.
처음으로 나는 완전히 비겁해지기에 성공한 셈이다.



절벽

                     - 이상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이 향기롭다.
향기가 만개한다.

나는 거기 묘혈을 판다. 묘혈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 속에 나는 들어앉는다.

나는 눕는다. 또 꽃이 향기롭다.
꽃은 보이지 않는다. 향기가 만개한다.

나는 잊어 버리고 재차 거기 묘혈을 판다.
묘혈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로 나는 꽃을 깜빡 잊어 버리고 들어간다.
나는 정말 눕는다. 아아. 꽃이 또 향기롭다.

보이지도 않는 꽃이 - 보이지도 않는 꽃이



소영위제(素榮爲題)
  
                       - 이상

1

달빛 속에 있는 네 얼굴 앞에서
내 얼굴은 한 장 얇은 피부가 되어
너를 칭찬하는 내 말씀이 발음하지 아니하고

미닫이를 간지르는 한숨처럼
동백 꽃밭 내음새 지니고 있는 네 머리털 속으로 기어들면서
모심드키 내 설움을 하나하나 심어가네나

2

진흙밭 헤매일 적에
네 구두 뒤축이 눌러 놓는 자국에 비내려 가득 괴었으니

이는 온갖 네 거짓말 네 농담에 한없이 고단한 이 설움을
곡으로 울기 전에 따에 놓아

하늘에 부어 놓는 내 억울한 술잔
네 발자국이 진흙밭을 헤매이며 헤뜨려 놓음이냐

3

달빛이 내 등에 묻은 거적 자국에 앉으면
내 그림자에는 실고추 같은 피가 아물거리고
 
대신 혈관에는 달빛에 놀래인 냉수가 방울방울 젖기로니
너는 내 벽돌을 씹어 삼킨 원통하게 배고파
이지러진 헝겊 심장을 들여다 보면서 어항이라 하느냐



가정(家庭)
 
                   - 이상


문을 암만 잡아다녀도 안 열리는 것은
안에 생활이 모자가는 까닭이다.

밤이 사나운 꾸지람으로 나를 졸른다.
나는 우리집 내 문패 앞에서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나는 밤 속에 들어서서 ①제웅처럼 자꾸만 멸해 간다.
식구야 봉한 창호 어데라도 한구석 터놓아다고
내가 ②수입되어 들어가야 하지않나.

지붕에 서리가 내리고 뾰족한 데는 침처럼 월광이 묻었다.
우리집이 앓나 보다 그리고 누가 힘에 겨운 도장을 찍나 보다.
수명을 헐어서 전당 접히나 보다.

나는 그냥 문고리에 쇠사슬 늘어지듯 매어 달렸다.
문을 열려고 안 열리는 문을 열려고.



이상(李箱)

본명은 해경(海卿). 본관은 강릉.

1910년 9월23일(음력 8월20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부 김연창(金演昌)과 모 박세창(朴世昌) 사이의 장남으로 출생.
1912   부모를 떠나 아들이 없던 백부 김연필(金演弼)댁에서
       24세까지 성장.
1917   4월, 누상동에 있는 신명학교(新明學校) 제1학년에 입학.
       이때부터 그림에 재질 보임.
1921   3월, 신명학교 4년 졸업. 백부의 교육열에 힘입어
       조선불교중앙교무원 경영의 동광(東光)학교에 입학
1924   동광학교가 보성고보(普成高普)로 병합. 동교 4학년에 편입학.
       교내 미술전람회에 유화'풍경'입상.
1926   3월 5일, 보성고보 5학년 졸업. 그해 4월 동숭동에 있는
       경성(京城)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제1학년에 입학.
       미술에의 집착을 가지고 보낸 고공 1여년동안
       회람지'난파선'의 편집을 주도. 삽화와 시를 발표.
1929   3월 경성고공 3년에 졸업.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근무. 11월, 관방(官房) 회계과 영선계로 옮긴 후
       12월, 조선 건축회지'조선과 건축'회지 소화5년도 표지도안
       현상모집에 1등과 3등으로 당선.
1931   7월 처녀시'이상한 가역반응', '파편의 경치',
       'BOITEUX?OITEUSE', '공복' 8월, 일문시 '오감도'
       10월,'삼차각 설계도'를 각각 '조선과 건축'에 발표.
       이 무렵 곱추화가 구본웅(具本雄)을 알게 됨.
       서양화 '자화상'을 '선전(鮮展)'에 출품, 입선.
       이 해에 백부 사망.
1932   '조선과 건축'회지 소화 7도 표지도안 현상모집에서
       제4석에 당선. 비구(比久)란 익명으로 시 '지도의 암실'을
       '조선'에 발표. 7월 이상(李箱)이란 필명으로
       시 '건축무한 육면각체'를 발표
1933   3월, 심한 각혈로 총독부 기수직을 사임.
       통인동 백부의 유산을 정리하여 효자동에 집을 얻고,
       21년만에 친부모 형제들을 옮겨옴. 백모는 계동으로 이사.
       요양차간 배천 온천에 서 기생 금홍과 알게됨.
       7월, 서울 종로 1가에 다방 '제비'를 개업.
       동거생활 시작. 7월부터 국문으로 시 발표.
       '이런 시', '꽃나무', '1933. 6. 1'을 (가톨릭 청년),
       '거울'발표.
1934   구인회에 입회 본격적인 문학활동 시작.
       '매일신보'에 시 '보통기념'을 발표.
       시 '감도'를 (조선중앙일보)에 발표, 물의가
       일어 10회 연재후 중단.(원래는 20편).
       8월, 신문소설 '소설가 구보(九甫)씨의 1일' 이라는 작품에
     하융(河戎)이라는 화명(畵名)으로 삽화를 그림.
     시 '소영위제'(중앙)를 발표.
1935 시 '지비(紙婢)'(가톨릭청년), '정식'(조선중앙일보)
     수필 '신촌여정'(매일신보)을 발표.
     9월 경영난으로 다방 '제비'를 폐문하고 금홍과 헤어짐.
     인사동에 카페 '쓰루(鶴)'을 인수해 경영했으나 얼마 못가 실패,
     다방 '69'를 설계하나 양도하고,
     다방 '무기(麥)'를 설계, 양도. 계속된 경영 실패로 그의 가족은
     신당동 빈민촌으로 이사. 성천, 인천 등지로 여행.
1936   3월, 창문사에서 구인회 동인지 '시와 소설'을 편집
       1집만 내고 창문사 나옴. '지비 1??'(중앙),
       '역단'(가톨릭청년)을 발표.
       수필 '선망률도'(조광) '조춘점묘'(매일신보),
       '가외가전', '여상', '낙수', 'Epigram', '매상'등을 발표.
       단편 '날개'등을 발표. 전부터 알았던
       이화여전 출신 변동림과 결혼. 새로운 재기를 위하여
       일본 동경으로 떠남(음력 9월3일).
       그 곳에서 '공포의 기록', '종생기', '권태',
       '슬픈 이야기', '환시기'등을 씀.
       시 '위독'(조선일보), 수필 '행복'(여성),
       '추등잡필', '19세기식'(삼사문학)등 발표.
       소설 '봉별기'(여성), '동해'(조광),
       동화 '황소와 도깨비'(매일신보)등을 발표.
1937   2월, 사상 불온혐의로 일본 경찰에 유치.
       3월, 건강이 악화되어 보석으로 출감.
       4월17일 오전 4시,동경제대 부속병원에서 객사.
       향년 만 26년7개월. 그 전날(16일) 부모와 조모 사망.
       아내 변동림에 의해 유해는 화장되어 환국하여
       미아리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가 후일 유실.
       5월에 '종생기'(조광), '권태' 발표.
1939   '실락원'(조광), '실화'(문장)등 유고로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