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풍경>
--춘일 소묘(春日素描)
아지랭이 삼삼한 외로운 마을이 미풍에 조올고,
봄이라도 다사로운 봄날 청태(靑苔) 낀 돌각담
너머로 태고쩍 푸른 전설이 흐른다. 봄의 여신
이 비단 폭 옷자락을 여미어 상금상금 걸어오는
듯 철만난 마을 아이 호둘기소리도 꿈처럼 흐르
는 차마 이 마을이야 상전이 벽해로 몰려 들리야.......
채마밭 장달이꽃 한철이며 사월 춘풍을 안고 노랑
나비 범나비 훨훨 넘나들어라. 꿀벌 떼 붕붕거리어
꽃에 앉아 꿈을 꾼다. 양지쪽 토방 아래로 뿅뿅 귀여운
병아리 코옥 코옥 봄을 쪼고, 울밑에 개나리꽃 뒤란에 살구
나무 봄맞이가 한창일네라.
사립 사립에는 괭이 메고 들로 나니 제마다 봄맞
이 에 바빠라. 들판에는 소방울소리 요란요란 하
여라. 실개천 감돌아 드는 앞뚝에 버들가지 하
얀 눈 또락또락 야무지다. 수양버들은 고문오줄
제 가락에 맞추어 꾀꼴이 없다 하느작하느작 제
비를 부른다.
미나리 사철이라는데 논미나리 철 만났다. 죽순같
이 수욱수욱 자라나 미각을 돋구옵네. 밭뚝을 보
소, 논뚜랑을 보소. 쏙쏙 뽑아 냉이하며 집어 뜯
어 꽃다지, 어영더영 말매이라. 달래, 쓴나물,
쑥부쟁이, 씀바귀, 사랑이, 구시덩이, 고들백이.
서로 다투어 자랑이로다.
건드렁산 중허리에 아롱아롱 눈을 간지러워라. 희
부연한 하늘에는 노고지리 우짖는 소리 실비같
이 소올소올 내리워라. 망연히 푸른 보리밭을 끼
고 포플라 선 주막 앞으로 개척민 실은 열차이뇨.
당나귀처럼 시근거리며 달린다.
앞 집 색시 뒷 집 따님 나물보구미 늘어 늘어만 간
다. 칡뿌리 캐는 칠십 노옹(老翁)의 이맛살에 생
활고가 가로 누웠다. 저 청승맞은 뻐국새 보소,
뻐국뻐국 애꿎이라 등 너머 간다. 어미 찾는 송
아지 음매음매 아지랭이 삼삼함 마을로 흐른다.
다박산 솔밭 너머로 불붙는 진달래, 그 뉘를 그려
애타는 정열이뇨. 이따금 밭 가는 농부의 힘찬
여운이 후지근한 바람을 타고 보오얀 골짝으로
구울러 퍼진다.
*제목 그대로 봄날의 전원풍경을 그린 소묘적인 시. 서경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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