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전세보증금만은 지키고 싶은데...

바보처럼1 2006. 11. 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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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전세보증금만은 지키고 싶은데…

Q보증 빚을 4억원 정도 지고 있으면서 이자만 월 500만원 넘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직장에 근무하며 월 400만원 정도 버는데 시간이 갈수록 빚이 늘어갑니다. 다 걷어치우고 빚잔치를 하고 싶어도 그렇게 되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보증금(8000만원)도 빼서 채권자에게 줘야 하고, 그나마 타고 다니는 차(1500여만원)와 그 동안 열심히 부었던 종신보험(500만원)도 해지해서 빚을 갚아야 한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화준(45) -

A집과 차와 보험을 모두 지킬 방법이 있습니다. 파산절차에 들어가면 면제재산을 빼고 나머지 재산을 다 처분해 파산재단에 귀속시켜 결국 파산채권자에게 귀속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청산형 파산절차에서의 이야기입니다. 파산의 변형된 형태인 개인회생절차에서는 채무자가 현재 가진 것을 지킬 수 있습니다.

청산형 파산에서 채무자는 가진 것을 채권단에 내놓고 면책을 얻어 미래에 벌어들이는 돈은 전부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습니다. 즉, 현재를 희생하고 미래 광명을 얻는 것입니다.

그런데 개인회생은 이것을 뒤집습니다. 채무자는 파산절차에서 내놓아야 할 현재를 지키는 대신에 장래에 벌어들이는 소득 일부를 내놓겠다고 약속합니다. 즉,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지킵니다. 파산을 전제로 그와 같은 경우, 채권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것보다는 더 지급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채무자는 현재 생활을 지킬 수 있습니다. 현재 생활상황을 변경하고 싶지 않은 중산층에게 적당한 해결방안이라고 하겠습니다.

이화준씨의 현재 빚이 재산보다 더 많은 상태입니다. 즉, 이화준씨는 수억원대 채무에 얽매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줄지 않고 늘어만 가니까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파산제도입니다. 파산절차에서는 가진 것을 모두 그대로 또는 팔아서 채권자에게 주고 나머지는 면책을 얻습니다. 물론 ‘모두’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채무자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으면 노숙자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략 수도권 대도시에서라면 1600만원까지는 월세보증금을 남겨줍니다.

종신보험, 자동차는 전부 파산재단에 가산하고 월세보증금 16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가 채권에 충당됩니다. 채권자는 장부상 잠재적인 손실 3억원에다가 면제재산만큼의 손실을 더 입습니다. 물론 채무자는 그만큼의 채무면제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같이 파산은 채권자에게 지극히 불리하지만 그것은 문명국가에서 개인을 노예화하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적 선택입니다.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선택하면 채권자로서도 파산에 비해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채무를 반으로 감축해 개인회생기간 동안 갚으면 채권자는 2억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이화준씨가 파산을 한다면 3억원 이상을 전부 손해보게 됩니다.

개인회생에서는 장래 벌어들이는 소득을 채권자에게 지급한다는 것을 전제로 현재를 지킬 수 있게 해줍니다. 파산에 비해 채권자는 얻는 게 있고, 채무자는 양보하는 게 있습니다. 채무자로서는 현재 생활을 지키는 이득과 일부라도 갚는다는 명분상 심리적 이익이 있을 것입니다. 파산을 전제로 하면 당사자 사이에 자주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는 거래지만, 전략적인 태도로 인해 장애가 있으므로 공적인 권위로 강제로 성립시키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중산층의 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는 채무자라면 개인회생이 적정하다고 하겠습니다.

●김관기 변호사가 담당하는 ‘채무상담실’의 상담신청은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기사일자 : 2006-11-03    29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