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내>
어디로 향(向)을 할 시간인가.
거기 계절도 없이
스스로 한 개의 질서와 생명과
모습을 이루었으니.
---의자에서 일어나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면
내 가슴 무한한 가능을 품고
창이 열린다.
*김 윤성은 담담한 표현 가운데 의미의 함축을 노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시에서도 내부 생명의 강력한 힘에 대한 신뢰를 주제로 삼고 있다.
<나 무>
한결같은 빗속에 서서 젖는
나무를 보며
황금색 햇빛과 개인 하늘을
나는 잊었다.
누가 나를 찾지 않는다.
또 기다리지도 않는다.
한결같은 망각(忘却) 속에
나는 구태여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나는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좋다.
시작도 끝도 없는 나의 침묵은
아무도 거드리지 못한다.
무서운 것이 내게는 없다
누구에게 감사 받을 생각도 없이
나는 나에게 황홀을 느낄 뿐이다.
나는 하늘을 찌를 때까지
자라려고 한다
무성한 가지와 그늘을 펴려고 한다.
*1~2연: 나무의 독자적인 세계 속의 유폐(幽閉)
3연: 자기 만족과 자위ㅣ(自慰)로 굳은 내면을 간직하려는 자세.
4연: 나무의 견고한 자세-- 이는 시인 자신의 삶의 고고(孤高)한 순결이기도 한 것이다.
<점 경>
흰 장미 속에
앉아 있었던
흰 나비가
꽃잎처럼
하늘하늘
바람에 날려
떨어질 듯 떨어질 듯
투명한 햇살 속을
돌고 돌더니
훌적 몸을 날려
울타리를 넘는다.
---이 세상 하직길에
아쉬움만 남기고
차마 돌쳐서지 못하는
마지막 몸짓인 양.
*막연한 영원히 씻지 못할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 버린 후회 같은 것을 스ㅡ케치하듯 가볍게 노래하고 있다.
사물의 전개에 따라 시상이 그려지고 있다.
*주제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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