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언(遺言)>
내 죽거들랑
비석을 세우지 마라.
한 폭 베쪼각도
한 장 만가(輓歌)도
통 걸지 마라.
술 값에
여편네를 팔아 먹고
불당(佛堂) 뒤에서
친구의 처를 강간하고
마지막엔
조상의 해골을 파 버린 사나이
어느 산골짜기에
허옇게 들어내 놓은 채
개처럼 죽어 자빠진
내 썩은 시체 위에
한줌 흙도
아예 얹지 마라.
이제
한 마리의 까마귀도 오지 않고
비바람 불며
번갯불 휘갈기는 밤
내 홀로
여기 나자빠져
차라리 편안하리니
오! 악의 무리여
모두 오라.
*다다이즘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런 시는 그 아름다움이 퇴폐적인 데 있다.
그로테스크하고 역설적으로 악을 증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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