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유언......박 기원

바보처럼1 2006. 11. 10. 22:28

<유 언(遺言)>

 

내 죽거들랑

비석을 세우지 마라.

 

한 폭 베쪼각도

한 장 만가(輓歌)도

통 걸지 마라.

 

술 값에

여편네를 팔아 먹고

불당(佛堂) 뒤에서

친구의 처를 강간하고

마지막엔

조상의 해골을 파 버린 사나이

 

어느 산골짜기에

허옇게 들어내 놓은 채

개처럼 죽어 자빠진

내 썩은 시체 위에

한줌 흙도

아예 얹지 마라.

 

이제

한 마리의 까마귀도 오지 않고

비바람 불며

번갯불 휘갈기는 밤

 

내 홀로

여기 나자빠져

차라리 편안하리니

 

오! 악의 무리여

모두 오라.

 

*다다이즘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런 시는 그 아름다움이 퇴폐적인 데 있다.

그로테스크하고 역설적으로 악을 증오하고 있다.

'한국시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마와 숙녀..........박 인환  (0) 2006.11.10
꽃...........박 양균  (0) 2006.11.10
바다여 너는 강자.............박 거영  (0) 2006.11.10
꽃...............김 춘수  (0) 2006.11.09
샤보뎅.........김 종문  (0) 2006.11.09